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제로레이팅'으로 윈윈한다

2017-07-06 14:44


김위수 기자 = # 영국 이동통신사 쓰리(Three) 이용자들은 동영상 시청, 음악 감상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5일 쓰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넷플릭스, TV플레이어, 디저(Deezer), 사운드클라우드 등에 소요되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로레이팅 서비스 고 빈지(Go Binge)를 내놓은 것이다. ‘어드밴스드 플랜’ 요금제 중 데이터 제공량을 최소 4GB(기가바이트) 이상을 선택한 이용자들은 제로레이팅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고 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의 가격은 월 12파운드(약 1만8000원)다.

6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제로레이팅(무과금)이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데이터에 대한 비용 부담이 덜어진다면 통신비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2016년 발표한 ‘모바일 웹과 앱의 이용패턴 비교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의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한 달 평균 120.9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데이터 소비 없는 모바일 앱에 할애하는 시간은 54.9시간, 데이터 소비가 필요한 모바일 앱 및 모바일 웹 사용 시간은 66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도 지난 2015년 트래픽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오는 2019년에는 2014년 대비 약 10배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사업자들은 이에 발맞춰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마찬가지로 국내 이통사들도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 부담을 덜기 위해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나이언틱과 협의해 모바일 AR(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 데이터 무료 혜택을 3개월 연장해 9월말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SK텔레콤 측은 포켓몬고 데이터 무료 혜택으로 활성 이용자 기준 월 250MB(메가바이트)의 데이터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데이터 1MB에 22원으로 단순계산하면 월 5500원 가량의 비용이 절약되는 셈이다.

이밖에도 SK텔레콤은 자사 이용자들에게 11번가와 T맵을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중이다.

KT는 지난 3월부터 KT고객이 'KT내비'를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KT와 LG유플러스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음악 애플리케이션 ‘지니’의 음원 스트리밍에 드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된다면 소비자입장에서 데이터 소모비용 줄일 수 있어 통신비 경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시절 망 중립성에 대한 지지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망 중립성이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해야한다는 원칙이다. 일각에서는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망 중립성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대학 교수는 “제로레이팅은 망 중립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본다”며 “우리가 구글의 검색엔진을 무료로 쓰는 것은 광고주가 비용을 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며 “(제로레이팅에 대해) 앞으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