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 성공" 발표
2017-07-04 17:10
문재인 대통령, NSC 전체회의 주재…"무책임한 北도발 강력 규탄…정권 무모함 재차 드러나"
주진 기자 =북한이 4일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 방송인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방송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3일 대륙간 탄도로케트(ICBM) 화성 14형 발사에 대해 친필 명령했다”면서 “김정은 동지의 전략적 결단에 따라 국방과학원 과학자, 기술자들은 새로 연구 개발한 대륙간 탄도 로케트 화성 14형의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9시 30분) 발사한 화성 14형은 북한 서북부에서 예정 궤도대로 39분 비행해 공해상에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 시험 발사는 고각발사로 진행돼 정점고도가 2802㎞에 달했고, 비행거리는 933㎞였다.
방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ICBM 시험 발사 현장에서 직접 참관했다고 전하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위한 최종 관문인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 시험발사의 단번 성공은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새로운 병진노선의 기치에 따라 비상히 빠른 속도로 강화 발전된 주체조선의 불패의 국력과 무진막강한 자립적 국방공업의 위력에 대한 일대 시위”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작년 1월 6일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로켓 '광명성 4호' 발사 때도 '특별중대보도'를 예고하고 성공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방위성도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발사가 확인된 것은 한 발로 2500㎞를 크게 상회하는 고도에 도달했으며 약 40분간 대략 900㎞를 날아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미사일은 동해상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됐지만 정상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7000㎞ 이상을 비행할 수 있으며 이 정도의 비행거리라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 6700㎞를 날아가 미국 북서쪽 끝에 있는 알래스카주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특히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한·미·일 등 주변국은 강경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데이빗 캐머런 전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한미 정상이 협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가 없다"고 강력 경고했다.
또 "저는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며 "중국이 나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강력한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정부는 무책임한 도발을 거듭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우리와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은 오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할 뿐임을 절실히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와 우방들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이런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부처에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NSC) 이사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 상응하는 조치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주장에 국제사회와 세계 주요 언론들은 규탄과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한국과 일본이 이것을 더 견뎌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아마도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난센스 같은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위반했다"며 북한을 비난하고 나섰고, 일본 정부도 "우리나라(일본)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결단코 용인할 수 없다"고 강력 규탄했다.
이에 따라 오는 7~8일 관련 당사국들이 모이는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공조 및 국제사회 대북제재 등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해법이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