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철강·자동차 기업, 美 무역 불균형에 불안 심화
2017-06-29 18:34
아주경제 윤태구·류태웅 기자= 재계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만남에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이슈와 관련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을 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의 주범으로 자동차와 철강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만큼 미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에 치인 한국 기업의 불안은 심화되는 분위기다.
혹시라도 이를 볼모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슈가 본격적으로 제기된다면 한국으로서는 가장 큰 수출시장 중 한 곳인 미국이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변하게 된다. 재계는 문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경색된 대미 무역 환경이 전환점을 맞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정부는 원유와 천연가스 채취에 쓰이는 고강도 강관인 유정용 강관에 대해서도 최대 24.92%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런 미국의 무역장벽 쌓기로 피해를 입는 국내 기업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넥스틸 등 사실상 모든 수출 기업이 해당된다.
하지만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보다 더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법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 교역에 적용할 태세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미국의 관세할당이나 쿼터 설정 등은 이미 예상했는데, 다만 미국 내에서는 이런 수입 규제로 인해 자국 산업이 무역보복을 받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또한 현지에 공장을 세운 TCC동양이나 포스코, 고려제강 등에 조달을 어렵게 하면 과연 어느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하겠느냐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현재 철강 수입 규제는 과잉 조치이고 상대국에서 보복조치가 우려된다는 점을 감안해 연례 재심에서 이를 풀어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심이 돼서 철강업계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관심과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자동차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을 지목한 대표 산업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283억 달러의 적자를 봤는데 이 중 자동차가 156억 달러를 차지했다. FTA 발효 전인 2011년과 지난해를 비교했을 때, 미국의 자동차 무역수지 적자는 약 80억 달러 증가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가 큰 곳은 미국 수출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다. 현대·기아차가 한 해 미국에 판매하는 약 143만대(2016년 기준) 중 76만대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나머지 67만대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철강, 기계 산업의 수출 손실이 최대 1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수록 현대·기아차가 가장 큰 표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하지만 FTA 이후 국내로 유입된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협 등에 따르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 증가율은 FTA가 발효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37.7%의 증가율을 보여 왔다. 반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13.1%로 낮았다. 한·미 FTA 이후 실제로 이득을 챙긴 것은 미국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