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 한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중국의 4가지 시선
2017-06-28 09:08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8일 서울을 출발, 29-30일 이틀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 의제가 ▲한미동맹 협력 방향 ▲북핵 해결 공동 방안 ▲한반도 평화 실현 ▲실질 경제 협력 및 글로벌 협력 심화 등이며, 공동성명을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 ‘소통’과 ‘협력’에 방점을 둔 한미 정상회담의 준비 과정
보편적 가치와 법리를 추구하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과 협상과 거래를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성공한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서로 다른 영역의 첫 접점이 된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와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서로 다른 분야를 배경으로 하는 두 정상 간에 오히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통해 장기적인 협력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여러 화면으로 나타날 것으로 필자는 예측한다.
첫째,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 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조치는 한미 양국 모두 출범한지 각각 50일과 4개월 정도에 불과한 신 정부로서, 첫 만남부터 불협화음의 발생을 최대한 예방하고 향후의 협력을 강조하려는 양국의 의지이다.
둘째, 문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장진호(長津湖) 전투기념비 헌화로 방미 일정을 시작한다. 장진호 전투와 관련된 흥남 철수작전을 직접 경험했던 6·25전쟁 피난민인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기념비 헌화는 한미 양국이 단순한 양자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화면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을 위해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에서 환영 만찬을 준비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 초청 공식 환영 만찬을 베푼 적이 거의 없고, 특히 환영 만찬을 통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전에 사적인 우호 분위기를 준비한다는 의미도 중요하다.
◆ 중국이 보는 한미 정상회담 4대 관전 포인트
사드 딜레마로 한국과 미국에 날을 세우고 있는 중국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는 베이징에서 중국 학자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중국이 보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는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미동맹 강화 여부이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북핵문제 접근에 대한 시각차이 및 사드 딜레마로 인한 한미 간 갈등요소를 극복하고 한미동맹이 강화될 수 있을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국 학자들의 시각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미동맹, 사드문제, 북핵문제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사이에서 한국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한국은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미국으로부터 확실한 동맹관계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록 가치관과 이데올로기 및 통치 방식 등에 있어서 다를 수 있으나,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된다. 특히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국의 안보 문제는 반드시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일치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일 것이다.”
◆사드배치 진행여부 가장 큰 관심사
둘째, 사드배치 진행 여부이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지시한 사드배치 잠정 중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입장 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반응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중국 학자들은 판단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의 잠정 중단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즉 미국의 우려와 불쾌감을 어떻게 해소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 문제는 사실 중국이 가장 관심을 두는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진보와 보수의 시각 차이 절충 여부이다. 한국의 진보정부와 미국의 보수정부간의 시각차이는 현존하는 많은 문제에 있어서 근원적이고 중요한 갈등 요소가 될 것인데, 이러한 입장과 시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중국이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 성향의 문재인 정부와 보수적 성향의 트럼프 정부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상당한 인식과 입장의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미국은 특히 이 점을 우려할 것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 정부의 차이점을 최대한 좁히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북한 선제타격도 테이블 오르나
넷째,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에 대한 한국의 동조 여부이다.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선제공격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중국은 촉각을 세운다. 이 내용은 오히려 필자가 질문을 역으로 받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중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필자의 질문은 미완의 공백으로 남았다. 예측이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익명이라고 했어도 답변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종료, 혹은 7월 7~8일 G20 정상회담에서 한중 정상이 만난 이후에는 약간의 답변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장, 중국차하얼학회 연구위원,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