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언제까지 봉이 김선달을 놔둘 생각인가
2017-06-26 11:30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대동강 물을 판 사나이. 그 유명한 봉이 김선달이다. 김선달은 어느 날 한양에서 욕심 많은 부자 상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평양의 물장수들을 섭외해 사기극을 연출한다. 그리고 계획대로 한양의 부자에게 큰돈을 받고 대동강 물을 판다. 그 부자는 뒤늦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대성통곡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가 욕심 많은 부자라는 이유로 그의 피해를 인과응보로 생각한다. 반대로 김선달은 마치 의인처럼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팩트만 본다면 김선달은 그냥 잔꾀 많은 사기꾼에 불과하다. 대동강 물을 산 부자는 과한 욕심과 무지로 인해 화를 자초했지만, 어쨌든 피해자다.
비단 조선시대의 설화가 아니다. 금융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기상천외한 금융사기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마련이다. 투자자 스스로 조심하면 된다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게 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다. 김선달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김선달이 감히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없도록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 비슷한 금융사기 사건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이런 현실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곳이다. 회원 수가 무려 3만명을 넘었다. 모든 회원이 금융사기 피해자는 아니지만, 어쨌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한 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이 커뮤니티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미리 사기를 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한다. 이곳에서는 실제 사기집단으로 확인된 곳뿐 아니라 사기 의심 업체들도 숱하게 거론된다.
얼마 전 한독투자자문이 유사수신 행위를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 2016년 3월부터 최근까지 투자자 1012명에게 연 12∼72%에 달하는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금 330억원을 받은 혐의다. 그러나 정작 투자 활동을 하진 않고 고객들의 돈을 돌려막기 식으로 유용했다. 투자자 1000여명이 230억원에 달하는 원금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이희진 사태'나 '이숨투자자문 사태', 'IDS홀딩스 사태' 등 유사한 금융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요즘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주목받으면서 이를 활용한 신종 금융사기도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 설명회에 갔는데,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한 어르신이 대박 환상에 빠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우려했다. 분명 정부도 금융사기의 심각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단속은 소극적이다. '사고 후 조치'는 의미가 없다.
유사 투자자문사 설립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보니 현대판 김선달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이다. 감독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라면 없애야겠지만, 서민들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감시가 느슨해서는 안 된다.
물론 투자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상식적인 기준보다 제시하는 조건이 좋다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무지하고 욕심 많아 대동강을 샀던 부자만을 탓해선 안 된다. 잔꾀를 부려 부당이득을 취한 김선달을 강하게 처벌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