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김상조 임명 강행…국회 협치 '먹구름'

2017-06-13 17:22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가능성도…김이수 후보자·추경안 통과 등 험로 예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월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면서 꽉 막힌 인사청문 정국은 되돌릴 수 없는 극심한 여야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국회 첫 시정연설과 국회 예결위 및 상임위원장단 청와대 오찬을 통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조속한 통과와 여야 정치권과의 협치를 약속했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임명 강행으로 하루도 채 안돼 협치에 금이 간 셈이 됐다.

이날 야당들은 일제히 "협치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불통과 독재로 가겠다고 선언했다"고 성토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14일부터 잇달아 열리는 현역 정치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이콧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어제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회에서 기약 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에서 공정한 경제민주주의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이에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발목잡기’식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문 대통령이 밝힌 5대 비리 원칙에 어긋나긴 하지만, 이미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소명됐고, 국민 여론을 통해서도 정책 역량과 도덕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 수석은 "김상조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공정한 경제 질서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정책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직자로서의 도덕성도 그의 걸어온 길과 사회적 평판이 말해준다"며 "중소상공인과 지식인, 경제학자 등 사회 각계 인사가 청렴한 삶을 증언하고 위원장 선임을 독촉했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도 김 위원장을 공정거래 정책의 적임자로 인정하고 있다"며 "흠결보다 정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김 위원장은 검증을 통과했다고 감히 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각이 늦어져서 국정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며 "새 정부의 첫 출발을 지체할 수 없어 이렇게 김 위원장을 임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보고서 채택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이달말 예정인 한미정상회담과 다음달 독일 G20정상회의 준비 등 시급한 외교안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금명간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자 임명을 찬성하는 국민이 10명 중 8명이라는 결과도 나온데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전직 외교 장관들도 강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야3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문 대통령이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일자리 추경안 심사와 통과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어떤 식으로 처리될지도 관심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2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권 내 반대 목소리가 커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민주당은 적격,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부적격 입장이다. 결국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인데, 당론 찬성이던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때와 달리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야가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임명동의안이 상당 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게 되면 김 후보자 표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일단 국회 상황과 국민 여론을 예의주시하면서 임명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은 국회와의 협치에 대해 "협치를 하기 위해 야당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며 "정치의 중요한 원칙은 타협이다.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대하는 협치는 원칙적으로 지켜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