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가 뽑은 별별 명장면] '꿈의 제인' 초콜릿 신, 애잔한 여운

2017-06-13 10:00

영화 '꿈의 제인'에서 소현 역을 맡은 배우 이민지[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58번째 타자는 영화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제작 영화사 서울집·배급 ㈜엣나잇필름 CGV아트하우스)의 배우 이민지다.

영화 ‘꿈의 제인’은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소녀 ‘소현’(이민지 분)과 누구와도 함께하길 원하는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구교환 분)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 작품. 극 중 이민지는 가출 청소년 소현 역을 맡았다.

“웃긴 장면 중 하나인데 제인팸과 함께 지내던 소현이 몰래 집밖에 나와서 초콜릿을 먹다가 걸려요. 함께 먹기 싫었던 거죠. 한꺼번에 초콜릿을 까먹는 모습이 애잔하다고 할까? 그게 소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민지가 언급한 초콜릿 신은 병욱팸과 제인팸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신이자, 소현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신이기도 하다.

소현은 지수(이주영 분)를 비롯해 대포(박강섭 분), 쫑구(김영우 분)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계단에 걸터앉아 비싼 ‘페레레로쉐’ 초콜릿을 세네 개씩 입에 욱여넣는다. 소현만의 생존 방식인 셈이다. 공동체 안에서 약한 소현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기도 하다.

“그때 집으로 돌아오던 제인이 소현을 발견해요. 제인은 소현을 지적하지만 따듯하게 받아주죠. 제가 생각했을 때 그 장면이 웃긴다고 해야 할까? 애잔하다고 해야 할까…. 소현이 살아남을 방법은 ‘초콜릿이 있을 때 혼자 까먹는 것’인 거예요. 나중에 제인과 아이들이 케이크를 먹는 장면에서 ‘각자 케이크를 한 조각씩 먹고 세 조각이 남으면 누구도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소현이 처한 상황과 반대라서 애잔했어요.”

배우 이민지가 명장면으로 꼽인 제인팸 속 소현의 모습[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소현이 겪은 꿈같은 시간. 현실과 이상을 오가며 같은 상황이 변주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준다.

“찍을 땐 정말 재밌었어요. 상황적으로 너무 웃기잖아요. 제인이 미러볼을 훔쳐 오는 중이었고, 버려진 선풍기를 보고 있었죠. 여러 번 찍은 장면이었는데 현장에서 애드리브가 난무하곤 했어요. 다들 유연하게 촬영하는 편이라서요. 선풍기가 떨어져서 제인이 ‘X발 깜작이야’라고 하는 것도 애드리브였어요. 선풍기가 신기하게 그때 딱 떨어져서. 하하하.”

이민지는 초콜릿 신을 설명하며 “깊이 생각할수록 소현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초콜릿을 하도 먹어서 속이 더부룩했을 지경”이라고도 덧붙였다.

“농담으로 우리 제작비의 상당수가 ‘페레레로쉐’ 값으로 나갔다고도 했어요. 하하하. 제인을 만나고 얼마 안 돼 벌어진 일이니까. 사회성도 없고 같이 연대하는 것이 어색한 소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런 소현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한편 애잔한 마음이 드는 소현의 초콜릿 신은 영화 ‘꿈의 제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며 러닝타임은 104분, 관람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