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추경연설] 파워포인트로 호소한 30분

2017-06-12 16:27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추가경정예산(추경) 국회 시정연설은 헌정 사상 최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태우·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지만 추경을 설명하는 연설에 대통령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이후 가장 빠른 시정연설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역대 시정연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장면은 또 있다. 연설을 듣는 국민과 국회의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4분께 국회 본회의장에 검정색 양복을 입고 남색 바탕에 흰색과 하늘색이 사선으로 그려진 줄무늬 넥타이를 하고 나타났다. 왼쪽 가슴 위엔 '호국보훈(나라사랑큰나무)' 배지를 달았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으로 들어섰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단으로 이어진 통로 양 옆에 도열해 박수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단상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여야 의원들은 전원 기립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12일 오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모니터에 주요 인선에 항의하는 피켓을 설치한채 문재인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 관련 시정연설을 듣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오히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A4용지 크기에 '야당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고 적힌 인쇄물을 문 대통령의 눈에 보이도록 의석 컴퓨터 모니터 면에 붙여 문재인 정부가 '5대 원칙 위반 인사'를 강행한 데 대해 항의 표시를 했다.

문 대통령은 30분가량 진지한 표정으로 연설하면서 여야 의원들의 의석 쪽을 번갈아 봤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앉은 왼편을 주로 바라봤다. 문 대통령은 중간중간 손동작을 적절히 섞어가며 연설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맨 앞줄과 맨 뒷줄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 사전 환담 자리에도 오지 않은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찾아가 먼저 악수를 건넸다.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 나가겠다"며 협치를 여러번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