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행복주택 도민 인식조사 '필요' 64.4%…'신뢰성 의문'

2017-06-09 17:20
‘시청사 이전하라’ 조사에서 배제 '편파적'

'도남 해피타운' 배치도 [사진=제주도 제공]


아주경제(제주) 진순현 기자= 제주 시민복지타운 내 ‘도남 해피타운’ 조성에 대해 다수의견을 수용해 예정대로 이를 추진키로 한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실시한 도민 인식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일부 주민들이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도는 최근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터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 결과, 공원·공공시설과 함께 행복주택을 짓는 도남 해피타운 조성 계획을 밝혔다. 이 사업의 핵심은 총 사업비 788억원을 들여 700가구가 입주하는 4개동 10층 규모의 행복주택과 80가구 규모의 실버주택 건립이다.

문제는 행복주택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바꿔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도는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방침이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 등에서 불필요한 의혹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행복주택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조사에서 ‘시청사 이전하라’ 등의 의견이 원천 배제된 것에 대해 주민들은 반발했다. 이번 조사는 ‘시 청사부지 활용에 대한 도민 인식조사’였던 만큼 당연히 시 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조사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뺀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도가 도남 해피타운 조성계획을 밝히며 참석자들의 질문 직전에 행복주택에 대해 지나치게 홍보 내용을 알려준 것과 관련, 결국 도가 사실상 행복주택 사업 강행을 전제로 한 조사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설문지 내용을 보면, 설문 자체가 행복주택 찬성 의견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조사였다는 것이다.


 

시민복지타운내 행복주택 공급에 대한 필요성을 묻는 조사 [자료=제주도 제공]


도가 밝힌 도민인식 조사 결과,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공급에 대한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64.4%로 높게 나왔다. ‘불필요하다’는 답변은 26.4%, ‘보통’은 9.3%였다. 조사는 전문 리서치기관인 칸타퍼블릭에 의뢰, 4월 14~16일 도민 1039명을 대상으로 한 유선조사 방식으로 3개 문항에 대한 질문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공공청사부지 조성 계획 인지에 대해 묻는 조사. [자료=제주도 제공]


우선, '최근 제주도는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청사 부지에 대해 전체 면적 4만4000㎡ 중 약 30%에 행복주택 700여 가구, 나머지 30%에는 공공시설, 40%에는 녹지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는 질문이었다. ‘자세히 알고 있다’ 9.4%, ‘어느 정도 알고 있다’ 24.5%,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른다’ 30.8%, ‘전혀 모른다’가 35.3%로 나왔다. 즉, 공공청사부지 조성 계획에 대해 ‘모른다’가 66.1%인 셈이다.
 

시민복지타운에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한가를 묻는 조사. [자료=제주도 제공]


이어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대학생 등 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최대 6년간 거주한 후 다시 새로운 입주자가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일반에 분양되지 않는다. 입주 대상자는 청년층 80%, 저소득층 및 노인층 20%이며 국비와 기금이 70% 지원되는 도 소유다. 시민복지타운에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 27.2%, ‘대체로 필요하다’ 37.2%, ‘대체로 필요하지 않다’ 12.9%, ‘전혀 필요하지 않다’ 13.4%, 모름·무응답이 9.3%였다.

이 질문에 앞서서는 조사원이 지나치게 행복주택에 대한 도의 입장을 피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질문 직전에 행복주택에 대한 도의 홍보 내용을 알려주고 질문하게 되면 당연히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시설로 어떤 시설을 희망하는가 질문 조사 [자료=제주도 제공]


마지막으로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시설로 어떤 시설을 희망하냐'는 질문이었다. 문화예술 공연시설 18.6%, 복합체육관 등의 스포츠시설 18.2%, 주민복지 기반형 복합 지방공기업합동청사 10.2%, 어린이집·도서관 등 지역 커뮤니티 시설 19.3%, 주민센터‧노인복지회관 등 주민공공시설 21.3%, 기타 2.9%, 모름.무응답이 9.5%로 나왔다. 사실상 행복주택 사업 추진을 전제로 묻는 의도된 질문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시민복지타운공공임대주택건설반대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가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반대 주민들은 “제주시민복지타운 시청사 부지가 금싸라기 땅인 것은 지가가 높아서가 아니라 다시 만들 수 없는, 온 도민이 이용해야 하는 귀중한 공공용지이기 때문”이라며 “조작된 여론조사를 앞세워 강행할 것을 예상하고 여론조작 중단과 시청사 부지 임대주택 건설계획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를 상대로 법적 소송도 예고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반대 의견들도 나름대로 일리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부지 중 30%의 제한된 일부에 대해서만 주택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70%는 미래 공공청사 및 공원용지로 남겨두는 데 대해 고심했다"며 "반대 내지는 걱정하는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