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 리커창 EU방문 성과 컸다
2017-06-04 15:08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강화, 미국의 고립주의에 대한 반대이미지 부각, 책임있는 대국으로서의 위상다지기.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번 유럽방문을 통해 얻은 성과들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직후 리 총리가 유럽을 방문하면서 그 성과가 극대화되는 정치적 효과도 얻었다.
실제 세계 각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비판하면서 그에 대비되는 리 총리의 행보를 소개했다.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적 위상을 가진 지도자로 부각됐다.
리 총리는 도날트 쿠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지난 2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만나 "중국과 EU는 파리 기후협정을 준수하며, 국제사회의 협정이 성공할 수 있게끔 공동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언했다고 신화통신이 4일 전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협약 탈퇴와 맞물리면서 세계 각국에서 비중있게 보도됐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리 총리와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탈퇴 결정이 큰 실수라고 확신한다"면서 "리 총리와 이같은 공감대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가 기후변화에 맞서 공동노력을 배가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연대와 책임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이 있든 없든 기후변화 연구와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기술 발전은 지속한다"고 말했다.
또한 리 총리는 벨기에 현지에서 열린 제12회 EU·중국 비즈니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의 시장 개방 확대 의지와 높은 경제성장률 유지를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리 총리는 특히 "10조 달러 이상의 경제 크기를 가진 국가가 수년간 6.5% 넘는 성장을 지속하려면 얼마나 다양한 난제와 맞서야 하는가를 상상해 보라"라면서 "우리가 시장을 더 열고 EU와 더 협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리 총리는 자국의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EU와의 공동성명을 내는데 합의하지 않았다. 중국과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정탈퇴에 대응해 공동성명을 낼 예정이었지만, 리 총리는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공동성명에 대한 일종의 '대가'를 요구했지만 EU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된 것.
미국과 EU사이의 틈새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두고는 양보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비시장경제'(NME) 국가로 분류돼왔지만, 가입의정서 규정에 따라 15년이 지난 지금은 자동으로 시장경제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EU는 철강제품 덤핑 문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