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錢성시대] 투자처가 된 '가상화폐' 시장…법적 성장은 '미흡'

2017-06-05 07:00
가상화페 분류 어려워…'법정통화'에서는 배제
국내 시장 제도화 논의 '취급상 규율 체계 마련'

   2017년 미래창조과학부의 관계부처 공동 핀테크 규제 혁신 계획. [제공=미래창조과학부 등]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국내 가상화폐(통화)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법적인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사실상 차익 실현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가상화폐지만 금융거래 관련 규제에서는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거래소를 통해 유통·거래되는 가상화폐는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국내에서 가상화폐는 정식 화폐나 가치저장 상품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가상화폐 거래소도 애매한 위치다. 사업자 신고를 하면 '소프트웨어 판매업'으로 등록된 '통신판매업자'로 취급된다. 통신판매업자의 경우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금융회사 수준의 보안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다. 시세 왜곡과 그에 따른 문제에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저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할 뿐이다. 금융당국의 감독 대상도 아니다.

이는 비트코인이 각종 금융사기의 수단으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비트코인을 모방해 만든 가짜 가상화폐가 등장하는가 하면, 비트코인으로 돈세탁을 하려다 검거된 사기범 일당도 등장했다.

사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핀테크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부터 생겨났다. 예금, 유가증권과 같은 금융상품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화폐나 재화로 분류해야 할지 등의 기본적인 문제 등은 몇 년 전 비트코인 거래소가 난립될 때부터 불거진 사안이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디지털 통화'로 명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전히 성격이 모호하지만 일단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합의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취급업무에 적절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화두로 떠올랐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점이 상품과 같은 재화에서 금융상품으로 점차 바뀌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제도화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크지 않은 탓에 예의주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거래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는 등 과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거래상 아무런 규제가 없는 가상화폐가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서 투기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해 11월 '디지털 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도화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2단계 핀테크 발전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지난 2월 신 산업 규제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규제 혁신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로 가상화폐 및 외환송금을 꼽으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로드맵에는 가상통화 거래소를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는 것은 물론 일정 수준의 서버와 재무건전성 확보토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가상화폐 제도화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연준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해당 논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취급상의 규율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일본(가상화폐 제도화)과 영국(비제도화) 등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제도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