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개혁에 속도 낼 지주사 재평가

2017-05-31 15:49

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지주사 주가가 한 단계 위로 재평가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으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져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롯데그룹을 비롯한 다수 재벌이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나 지주체제 전환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제 민주화 법안으로 불리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법안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지 않거나 지주사를 대상으로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상장사도 많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네 곳으로 분할했다. 샘표나 AP시스템, 크라운제과도 최근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대기업이 순환출자 고리를 크게 해소했기 때문에 앞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배당을 택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에는 순환출자를 통한 경영권 유지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배당 증대는 그룹 내 현금을 외부로 유출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주요 대기업 배당성향이 높지 않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코스피200에 속한 상장사 배당성향은 2007년 28.3%에서 2016년 27.6%로 되레 줄었다. 배당성향이 평균을 밑돌았던 기업은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128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 지분율이 40%를 넘어서는 기업이 69곳이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세대 간 승계 시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 증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주사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한 회사에 대한 배당 증대 유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지주사 배당성향을 보면 삼성물산이 2016년 84.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두산(51.1%), 코오롱(32.4%), GS(18.8%), SK(27.3%), LG(21.3%), CJ(17.3%)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지주사 전환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다고 밝힌 삼성그룹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총수 일가는 승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올해는 아니더라도 삼성전자가 인적분할로 지주사로 전환한 뒤 삼성물산과 합병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