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드 몰래 반입 의도적 보고 누락…국기 문란 파장

2017-05-31 15:10
청와대, 사드 배치 과정 투명하게 국민에 공개해야…국회 비준 수순 밟나
내달 한미·한중정상회담 앞두고 사드 주도권 잡기 지렛대 해석도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국방부가 새 정부에 대한 업무보고 과정에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기 문란 논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보고 누락인가, 은폐인가’ 국기 문란 파장··· 군 개혁 신호탄

청와대는 31일 국방부가 국가안보실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사드 발사대 4기가 비공개로 추가 반입된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했으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문의에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지난 대선 기간 사드를 전격적으로 반입, 배치한 데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3주가 지나도록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것은 중대한 국기 문란 행위라는 게 청와대와 민주당의 인식이다.

일단 민정수석실은 초기 보고서에 기록된 '사드 발사대 6기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최종본에서는 삭제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구의 삭제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 혹은 상부의 지시나 국방부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조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를 계기로 사드가 배치된 모든 과정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 안보라인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드 반입·배치 과정을 조사하던 중 리베이트 등의 비리 혐의가 포착될 경우 전방위적인 방산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진상조사가 끝나면 국방부에 책임 소재를 따져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새 정부의 국방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드 해법, ‘사드 청문회’·국회 비준으로 가나

청와대는 사드 배치 과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내 향후 한·미 간 외교적 파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배치된 상황이고 국민이 그 내용을 알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한·미 간 진행되는 협의나 합의라는 게 절차적으로 기밀일 수 있겠지만 그게 국민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공개하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그동안 비공개로 졸속으로 진행돼 왔다는 비판 여론이 커져왔다. 청와대는 보고 누락 이유로 사드 기지에 대한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직접 언급했다. 대선 전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사드 발사대 4기를 몰래 추가 반입했고, 올해 말까지 배치를 완료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계기로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 당시 발언도 향후 사드 해법 차원에서 다시 주목되고 있다. 당장 여권에서는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실시하는 한편,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관련 진상조사 지시를 내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해 미국은 배치 과정을 통틀어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사드 시스템의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계속 매우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못 박았다. 한국에서 사드 배치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드 반대에 우호적 여론이 조성되면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예상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문제와 북핵 문제 등 한·미 간 민감한 현안에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 수 있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미·중 사이에서 '사드 주도권 잡기'를 위한 초강수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