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위대 '붉은 스카프' 소녀, IS 총탄에 스러지다"
2017-05-31 04:36
터키 좌파조직 "탁심광장 시위대 카라자길, 락까 탈환전서 숨져"
"영웅의 이야기" vs. "국내외 反터키 테러조직 실태 증거"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4년 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총리를 최대 위기로 몰고간 반정부 시위의 얼굴 '붉은 스카프 소녀'가 시리아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총탄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일간 사바흐 등 터키 매체에 따르면 2013년 게지파크(탁심광장)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알려진 아이셰 데니즈 카라자길(25)이 전날 IS 수도격 도시 락까 인근에서 전사했다.
그가 YPG에 합류하기 전 몸담았던 '마르크스레닌주의공산당'(MLKP)은 "카라지길이 29일 락까 탈환작전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카라자길은 본명보다 '붉은 스카프의 소녀'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게지파크 시위는 탁심광장 근처의 녹지를 개발계획으로부터 지키자는 환경보호 집회로 시작했으나, 점차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불었다.
시위대가 해산된 후 카라자길은 테러조직 가담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 2014년 4개월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석방된 카라자길은 이라크로 달아나 MLKP에서 활동하다 다시 시리아로 옮겨 YPG '국제자유대대' 소속으로 IS 격퇴전에서 싸우던 중 스물다섯 나이에 눈을 감았다.
사바흐 등 친정부 성향 터키 언론은 카라자길의 죽음으로 YPG가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 테러조직이라는 점이 거듭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사바흐는 카라자길이 석방된 후 해외에서 PKK에 가입했다는 주변인들의 증언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MLKP가 공개한 영상에서 생전 카라자길은 자동화기를 든 채, 망치와 낫이 그려진 붉은 깃발을 배경으로, 대의에 동참하라고 독려하는 모슴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쿠르드 계정을 중심으로 "붉은 스카프의 소녀, 영웅의 이야기" 같은 추모의 글이 이어졌다.
반면 "이스탄불부터 이라크와 시리아까지 반(反)터키 테러조직이 뻗어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 같은 비판적인 글도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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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