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걸린 한국 근현대사…박찬경 '안녕'展
2017-05-31 13:00
오는 7월 2일까지 국제갤러리서 개최…국내서 5년 만에 개인전 열어
자신의 형인 영화감독 박찬욱과 공동 연출한 '파란만장',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자신의 형인 영화감독 박찬욱과 공동 연출한 '파란만장',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근대성의 잘잘못이나 오류를 따지기 전에 근대성 자체를 상대화하는 게 필요해요. 거리를 두고 보는 것, 그 속에 매몰돼서 보지 않고 빠져 나와서 근대성 자체를 낯설게 보지 않으면 새로운 사회나 예술에 대한 상상이 어렵겠죠."
한국의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냉전, 남북갈등, 민속신앙, 역사의 재구성 등의 주제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 박찬경(52)이 5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연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7월 2일까지 2관에서 박찬경의 개인전 '안녕 安寧 Farewell'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 '안녕'은 만나고 헤어질 때 공통으로 사용되는 '안부의 물음'과 '작별' 양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박찬경은 이번 전시에서 12점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시민의 숲'은 오윤(1946~1986)의 미완성 그림 '원귀도'와 김수영(1921~1968)의 시 '거대한 뿌리'(1964)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이 두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응답이자 한국 근현대에 대한 비유다. 동학농민운동, 한국전쟁,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비롯해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비극적이고 혼란스러운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이름 없이 희생된 무명의 사람들에 대한 애도를 주제로 했다.
작가는 짧게는 3년 길게는 한 세기가 훌쩍 지났음에도 위로받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영혼들을 위해 그 동안 제대로 치러지지 못한 애도의 장을 마련한다. 전시 제목처럼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가 준비한 의식에 동참해 그들의 '안녕'을 함께 기원하게 된다. 박찬경은 "우리는 여전히 식민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으며, 지금까지 극복되지 못한 근대성의 한계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결과가 세월호 참사"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 '승가사 가는 길'은 북한산 승가사에 가는 길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한 것으로, '키치'와 '화엄'을 오가는 한국적 감상주의에 대한 사진 이야기다. 박찬경은 이외에도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오브제 작업 '밝은 별', '칠성도'를 선보이는데, 이는 오늘날 '전통문화'라는 말 속에서 왜곡돼 이해되는 '전통'의 실재에 다가서려 한다.
한편 박찬경은 지난 2004년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을 받은 데 이어 자신의 형인 영화감독 박찬욱과 공동 연출을 맡은 '파란만장'으로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다.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KADIST예술재단, 프랑스 낭트 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