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1천조원대 부동자금 어디로
2017-05-30 06:00
'부동산-증시' 동시부양 시너지효과 기대
투자자금 성격달라…어느 한쪽 쏠림현상 당분간 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전명훈 기자 = 증시 주변 유동 자금이 최근 1천조원을 넘어섰다. 이 자금이 최근 상승세인 부동산이나 증시 중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30일 시중 부동자금의 흐름이 부동산이나 증시 중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증시와 부동산이 동반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될 거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부동산연구위원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승세는 일차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효과가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정책 공백으로 정부 차원의 재정 투입 진행이 안 되다가 실행되기 시작하면서 내수가 회복하는 추세다.
보통 새 정부 출범 초반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이번 정부에는 그게 좀 더 심한 듯하다.
부동산은 하반기 이후 하방압력 우려가 있다. 하반기부터 준공·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수급적 요인에 따라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규제·관리를 강하게 하는 건데 가계부채 관리나 등 규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금리인상 이야기가 나오면 하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체 시장으로서는 하반기가 변곡점이다. 서울의 강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같이 가는 형태다. 예전에는 부동산이 후행하는 등 선택적으로 봤지만, 지금은 같이 간다. 금융시장 쪽 수익 창출이 실물 쪽 수요를 자극하는 등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
◇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함께 가는 추세다. 주식시장 좋으면 부동산도 좋다고 봐야 한다.
다만 자산가들이 부동산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한다. 최근 펀드 가입이 많지 않은데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부동산으로는 수익을 낸다고 학습이 돼 있다.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와서 신규분양이나 재건축 쪽으로 많이 가고 있다고 본다. 고객 중에 실제로 부동산 관련 문의를 많이 한다. 주택이나 아파트 상가건물 등 사도 될까 하는 문의가 최근에 더 늘었다. 다만 부동산도 2014년 하반기 이후로 꾸준히 상승하는 등 많이 올랐다. 그래서 쉽게 결정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상승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미뤘던 투자 수요가 나온 영향이 제일 크다. 특히 서울은 입주물량이 적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연말에 종료되면서 재건축 추진에 속도전이 붙었다. 그래서 가격 오름폭이 커졌다. 그러나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가기는 어렵다.
6월에 미국 금리가 인상되고 12월에 초과이익 환수제가 시작되면 재건축은 직격탄을 맞는다. 현재 장세는 재건축이 이끄는 장인데 하반기 이후 금리가 오르고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하면 모든 게 일시에 중단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금 흐름을 어느 쪽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부동산과 증시가 계속 같이 좋을 듯하다. 보통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주식을 잘 안 하고 계속 부동산을 한다. 이에 비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부동산 쪽에도 관심을 가진다. 자금의 성격을 잘 살펴봐야 한다.
◇ 송현석 KB증권 부동산금융2부장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은 분명하다. 서울 재건축 시장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신도시 쪽도 공급이 모자라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인구는 감소해도 단위 세대 구성원수는 줄기 때문에 세대 수는 감소하지 않는다. 부동산을 규제하는 강한 법안이 나와 강제적 조정이 있지 않는 한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 투기적 수요를 제외해도 안정적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수요가 있다. 자가 소유 수요도 있지만, 안정적 임대수익 기대하는 수요도 많다. 실제로 임대사업자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다 보니 연 4∼5% 수익률만 나와도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만족한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개인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듯이 주식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지는 않을 듯하다. 부동산은 은퇴세대들이 이자소득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수요가 더 많아 보인다. 주식시장은 배당투자 목적의 수요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적은 듯하다.
◇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과거보다 주식의 투자 가치가 아주 많이 나아졌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기업이익이 많이 나아져서 배당수익 자체가 은행 기준금리 수준을 넘어선 지가 한참 됐다. 배당수익도 기업이익도 상당 부분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할인 요소 중 하나이던 지배구조와 관련한 부분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개선될 것이란 분석과 기대가 많다.
기업 밸류에이션 지표 자체가 할인율을 축소하고 있다. 새 정부가 부동산 자산을 키우기보다는 소득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제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주식의 장점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과거 수년 동안 코스피가 박스권에 뒤처져 있어 주식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박스권을 벗어났다. 이런 상승세가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까지 확대된다면 주식에 대한 긍정적 심리가 추가로 확산할 수 있을 것 같다.
◇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부동자금이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으로 올 것 같지만, 단기간에 일어날 일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내각구성도 완전히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여러 가지 정책 불확실성으로 관망 심리가 있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있었다지만, 진보 정권이다 보니 규제 이슈가 분명히 있다. 부동산 쪽으로 쉽게 흘러가지도 않을 것 같다. 최근 전매제한을 강화한다는 얘기도 있다. 부동산 쪽으로 옮기기에는 자금 가진 쪽에서 더 지켜볼 것 같다.
또 코스피 2,350대는 지금까지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수준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지수 수준과 관계없이 자체 판단에 따라 매매하겠지만, 개인은 지켜보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악재가 다 없어지고 상승할 때, 증권업계나 은행 등 창구에서 여러 가지 금융상품을 대대적으로 판촉한다든지, 외국인이 계속 쭉쭉 들어와서 올린다든지 완연한 상승 환경이 나타나면 개인은 그때야 달려들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짧게는 6개월, 그 이상까지 이 자금이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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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