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계적 건축가 톰 메인을 두번째 만나다
2017-05-29 16:43
- 오바마 행정부 건축자문, 2005년 건축계 노벨상 플리츠커상 수상
- 한국과는 세종시 엠브릿지 마곡 코오롱 연구센터로 인연
- 명품 건축은 건축가의 영감, 건축주와 행정권자의 협조로 탄생
- 랜드마크 디자인은 건축주의 개인 취향이 아니라 투자
- 한국과는 세종시 엠브릿지 마곡 코오롱 연구센터로 인연
- 명품 건축은 건축가의 영감, 건축주와 행정권자의 협조로 탄생
- 랜드마크 디자인은 건축주의 개인 취향이 아니라 투자
일단 보편과 혁신, 예술과 실용, 고집과 융통성을 겸비한 건축가가 있어야 하는 데 그런 건축가를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런 건축가가 있더라도 비용 상승 부담을 감수하고 그 설계를 받아들일 건축주와의 콜라보(협업)가 없다면 건축가의 영감은 스케치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에서 건축이나 광고를 하는 상업예술가들이 유명 건축제나 광고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드문 건 그들의 크리에이티브(창의력)가 미국이나 유럽의 예술가들보다 못해서만은 아니다. 인허가 과정에서의 행정지원도 필요하다. 인허가권자가 정해진 제도의 틀 내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며 건축에 대한 심미안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최근 세계적 건축가 톰 메인(72)을 두 번째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는 9월에 열리는 ‘세계건축연맹(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준비 차 방한한 그를 지난 25일 광화문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모포시스 설계사무소의 회장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건축자문이었다. 2005년 캘리포니아 교통당국의 사옥 설계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플리츠커상을 수상하면서 또한번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는 “엠브릿지의 경우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게 디자인의 첫 번째 의도”라고 했다. 마주보고 있는 정부종합청사나 주변 다른 건축물과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것도 설계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
엠브릿지가 프랑스 라데팡스같은 거대한 게이트웨이의 형상을 한 것은 이런 의도가 집약된 결과다. 저층부가 2~3층 높이의 하이라인으로 인접한 다른 건축물들과는 물론 정부청사의 지붕과도 시선이 이어지도록 한 것도 의도된 기능을 구현하는 결과물이다.
코오롱그룹의 마곡 연구소는 회사 내부 부서간 혁신적인 협업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짜는 게 설계의 기본 목표였다. 그는 “마곡에 입주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건물의 디자인은 물론 그 성능까지 기준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톰 메인은 설계 의뢰를 맡기기 상당히 어려운 건축가로 꼽힌다. 용역비만이 문제가 아니라 건축주의 건축 의도도 중요한 요소며, 자신의 건축 목표가 얼마나 구현될 수 있느냐를 꼼꼼히 따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그는 모순처럼 보이는 혁신적인 디자인이 가능했던 것은 건축주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엠브릿지의 경우 LH가 공모를 통해 상업용지를 분양한 첫번째 사례다. 공모당시부터 공공성과 혁신적 디자인이 강조됐다.
건축주는 공모당선 후 톰 메인에게 재설계를 요청했다.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세 개 동을 잇는 브릿지와 게이트웨이를 형상화한 전체 디자인은 그렇게 완성됐다. 건축미를 살려 명품 도시를 완성하겠다는 인허가 당국의 지원이 적잖은 몫을 했다. 톰 메인은 스페인을 예로 들며 "건축미가 있는 도시 탄생엔 행정권자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의지들이 모여 세종시는 건축 경연장으로 꼽히는 도시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정부청사부터가 국제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이고, 엠브릿지를 포함한 방축천 5개 블록의 상업시설 모두 LH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디자인들이다.
디자인 자체는 개인적인 호불호가 엇갈리겟지만 세종시가 완성된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면 사람들은 건축물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생산활동을 통해서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니란 점을 알게될 듯 하다. 정부청사를 찾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민원 서비스의 질에서, 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이 쇼핑에서 1차적인 만족을 추구하겠지만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건축이 그런 만족을 배가시킨다는 것도 기정사실이다. 랜드마크 디자인은 건축주의 개인취향이 아니라 일종의 투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