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정규직보다 '신규 일자리 창출'이 딜레마
2017-05-29 18:14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비대면금융이 강화되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IBK기업은행, 농협중앙회 등은 정규직 전환을 적극 추진한다. 은행권 대부분이 일찌감치 정규직화를 진행한 터라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씨티은행은 올해 안에 무기 일반사무 및 전담텔러 등 전담직원 3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고,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진행한다. 농협중앙에는 아예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계열사 비정규직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작 '신입 채용문'은 점점 좁아졌다. 디지털뱅크를 강화하고 비용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신규채용 자체를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은행은 올해 신규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했으며, 상반기 정규직 채용에 나선 곳은 신한·우리·농협은행 등에 불과하다. 지난 2월 농협은행이 6급 신규 직원 200명을 뽑았고, 국민은행은 특성화고 70여명을 채용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채용을 진행 중이다. 다른 주요 은행은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어 신입행원의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역시 6개 시중은행 신입 공채 정원은 1180명으로, 2015년(2363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점포 축소와 함께 인력 감축도 이어진다. 판관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상시 희망퇴직 신청까지 받아 인력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적지 않은 진통을 겪으며 '조직 슬림화'에 나선 은행들이 새 정부의 강력한 '일자리 창출' 의지가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금융이 강화된 데다가 정규직 전환이 늘면서 신입 채용은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은행들도 관련 정책에 어느 정도 긍정적 반응을 보여야 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