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재인 정부와 위장 전입...개혁추진 동력이 걱정
2017-05-26 16:35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과는 아쉽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6일 인사검증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번 사과는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름 동안 보여줬던 격식 파괴와 신선함, 적폐 청산의 의지에 도취해 잊을 뻔 했던 기본과 원칙의 문제를 일깨운 것이었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6개월 동안의 허니문 기간을 가진다고 했지만, 유독 문재인 정부는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번 첫 대국민 사과가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임 실장의 사과는 시의적절하지만, 궁색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현실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은 과거 정부에서도 줄곧 들어왔던 이야기다. 특히 그동안 인사를 직접 기자들에게 설명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에 대해 끊임없이 사과를 했던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지명 배경을 설명한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 부분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것이 맞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현재 가장 시급한 인사가 총리의 국회 인준일 것이다. 이 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그것이 시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켰다고 보기 힘든 대목도 일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사검증의 부실함과 시급성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했다.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 역사가 짧은 만큼, 기준이 정립된 이후의 허물에 대해서만 문제 삼자는 주장도 있다. 짧은 인사청문회지만 그동안 위장전입으로 인해 낙마한 케이스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촛불시민혁명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잣대를 한껏 높여놓았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선거공약으로 인사검증의 5대 기준을 밝히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장전입은 5대 기준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위장전입의 경우 투기 목적이냐 아니면 자녀교육 목적이냐를 두고 차이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인사청문회마다 터져 나온 위장전입은 실제로 그 성질에 따라 낙마 여부가 결정되기도 했다.
임 실장이 밝힌 이상과 현실, 그 현실의 성격이 다르다는 해명은 이러한 과거 사례가 배경이 됐을 것이다.
정치가 이상(理想)만 추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를 향해 시민들은 높은 지지를 보낸다.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 가량은 문재인 정부가 5년간 잘 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높은 지지율의 바탕이 바로 도덕성이고 이상이며, 희망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아무리 찾아봐도 그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이번엔 봐달라고 하는 청와대의 모습은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하긴 청와대도 다른 것으로 설명할 길이 없어 답답했을 것이다. 이럴수록 정공법을 택해야 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이 자세한 배경을 설명하는 모습을 많은 시민들은 기대했을 것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는 격언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 총리 후보자는 그럭저럭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인준된다고 해도, 청와대가 먼저 위장전입을 밝힌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그리고 언론에 의해 뒤늦게 위장전입이 확인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또 어떡할 것인가.
이미 원칙이 무너졌다고 맹공을 퍼붓는 야당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야당의 표현을 빌자면 ‘위장전입 정부’가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적폐 청산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각종 개혁 작업이 제대로 동력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장전입에 대한 국민적 이해는 이낙연 총리 후보자 하나로 족하다. 나머지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 총리 후보자가 대통령과 독대를 해서 다시 한 번 검토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기대가 한 순간, 싱크홀처럼 훅!하고 꺼져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청와대는 명심해야 한다. 시민들이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를 걱정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소통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