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연설서 '이슬람(Islamic) 극단주의' 용어사용 논란
2017-05-22 23:54
원고에는 'Islamist' 써 있었으나 'Islamic'으로 읽어
테러리즘과 결합시 신앙모욕 논란 단어…백악관 "비행에 지쳐 실수"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첫 외국 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연설에서 사용한 '이슬람 극단주의'(Islamic extremism)라는 용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 기조연설에서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며 "그것은 이슬람 극단주의와 모든 종류의 이슬라미스트 및 이슬라믹 테러의 위기(crisis of Islamic extremism and the Islamists and Islamic terror of all kinds)에 정직하게 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를 '이슬람 극단주의'(Islamic extremism)로 읽은 것.
CNN에 따르면 이 두 용어는 뉘앙스가 상당히 다르다. 'Islamic'이라는 단어는 종교적 느낌이 강하며 '테러리즘'(terrorism)과 결합해 사용하면 무슬림 신앙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
반면 'Islamist'는 이슬람 법과 신학에 대한 추구 등 정치적 운동을 언급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 단어는 '테러리즘'(terrorism)과 결합해도 무슬림의 반감이 덜하다는 것이 CNN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수니파 급진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격퇴를 강조하면서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radical Islamic terrorism)이라는 용어까지도 거듭 사용했지만, 이 연설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고와 다른 용어를 사용한 것을 보통 미국인은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미묘한 용어 대체는 중동 동맹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며 "백악관은 실수였다고 해명하지만, 중동의 우방 순방 시 좋은 첫인상을 남기려는 미 역대 대통령에게 용어선택은 중요한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는 원고와 다른 용어를 사용한 것은 고의가 아니라 힘든 비행에 지친 탓에 나온 실수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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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