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1호 투자자' 하반기 중 나온다

2017-05-22 06:30

빨라지는 정부·투자자들 움직임…금융위, 이달말 해설서 발간
삼성자산운용 "해설서 검토 후 최대한 빠르게 시행"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올해 하반기 중 도입 1호 투자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특정 기업의 주주로서 이행해야 할 사항들을 권고한 모범 규준이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행사해 고객 이익이 극대화되지 못하고, 기업 성장 역시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2월 공표됐지만 이를 도입한 투자자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기관투자자는 물론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가장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는 곳은 삼성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제브라투자자문 등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말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 성격의 문서인 실무 해설서와 법령 해석집을 발간하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며 도입 논의가 더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참여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설서가 나오면 가이드라인에 맞춰 스튜어드십 코드를 최대한 빨리 시행할 것"이라며 "그간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그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며 "올해 하반기 중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중 한 명인 이원일 대표가 이끄는 제브라투자자문 역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선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기정사실이 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며 도입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100조원 가량의 자금을 운용 중이며, 753개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할 경우 다른 공적연기금과 공제회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여부를 평가 항목으로 두면 대다수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도입은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5개월짜리 연구용역가 올해 11월 중 나온 뒤 내부 논의를 거치려면 시간이 걸린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부터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한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 내기'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고 이에 따른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한정하지 않는다.

기업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추구한다.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들여다보고, 납득이 안 되는 점이 있으면 질의서·의견서를 보내는 등 경영활동에 관여(engagement)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을 제안했던 것도 경영활동 관여의 일환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주주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이전보다 많으 소통 활동을 해야 한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나 부실계열사 대규모 지원 등 경영활동에 대한 대주주의 자의적 의사결정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한성대 교수)는 그간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평상시 기업이 투자자와 대화하라는 것이 핵심 취지"라고 강조해왔다.

마구잡이로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과 경영상황에 대해 대화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아본 뒤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등 공개적 활동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돼야 하며, 핵심은 기업과 기관투자자의 '대화'와 '공동 해결책 모색'이라는 설명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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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