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장들, 대선 후 '현장경영' 시동...'4차산업' 포커스
2017-05-21 18:53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현장에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 전 터진 정경유착 게이트로 악화된 국민 감정에다 검찰 수사의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자 기지개를 켠 것이다.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는 가운데 현장에서 답을 찾고, 4차 산업혁명을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삼는 문재인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봇물 터진 CEO 현장 방문, 키워드 '4차 산업'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CEO들은 적극적인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난 15~16일 1박 2일간 LS-니꼬동제련, LS산전, LS메탈 등 계열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 회장은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LS-니꼬동제련을 방문한 자리에서 "LS-니꼬동제련 사업장이 LS그룹의 대표적 스마트팩토리가 될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팩토리는 4차 산업에 진입한 제조산업에서는 필수불가결하다.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각종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고도화한 정보기술(IT) 인프라와 결합한 '자동화 설비'로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현대자동차는 해외로 현장경영 보폭을 키우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터키 시장을 둘러본 후 16일 이스라엘로 날아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인공지능'으로 미래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모빌아이' 경영진을 만나 협업을 강구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이 회사의 카메라를 장착하고 도심 주행에 성공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일반에 공개했다.
◇새 정부, 4차 산업 의지 커··· 현장 경영 크게 늘 듯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산업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첨단제조파트너십(AMP)', '첨단제조업을 위한 국가 전략 수립', 독일 '산업 4.0', 중국 '제조업 2025', 일본 '일본산업부흥전략', '산업 경쟁력강화법' 등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드러낸 최순실 게이트로 대응에 한계를 나타냈다.
일부 기업 총수들은 출국금지로 발이 묶였고, 경쟁적으로 해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인 '창조경제'에 맞춰 세워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던 발걸음도 뚝 끊겼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사태 변화에 맞춰 해빙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태원 SK 회장이 출국금지가 풀린 이후 도시바 메모리사업 부문 인수를 위해 일본으로 향했고,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갤럭시S8 발표회'에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래 성장 산업 동력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하고, 4차 산업혁명 플랫폼과 '스마트 코리아' 구현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CEO들이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잇단 현장경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이 시류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여기서 도태되지 않아야 기술력과 브랜드를 인정받고, 결국 '한국'을 빛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어쨌든 현장을 방문해서 애로를 듣고, 설명해야 경영 혁신이 이뤄질 수 있고, 이는 새 정부의 기대에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 최순실 사태에다 사드 보복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의욕이 남다를 것"이라며 "향후 시급한 국내외 사업 현황을 처리하기 위해 현장경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