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 보내면 더 혜택…"교육비 세액공제 개편해야"

2017-05-20 06:11

연봉 1억 초과 평균 69만원 세액공제…소득 2천만∼3천만원은 12만원
조세硏 "사립초·국제중 등 고가 교육기관은 세액공제 허용하지 않아야"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현행 공제 제도하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아 자녀를 학비가 비싼 영어유치원이나 사립초등학교, 국제중학교 등에 보내는 고소득층이 더 많은 교육비 세액공제 혜택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재분배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만큼 고가의 교육기관에서 자녀를 교육하는 경우에는 교육비 세액공제에서 제외하는 등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재정포럼 5월호에 실린 '근로자 교육비 세액공제 - 현황과 문제점, 개편방향' 보고서에서 "현재의 교육비 세액공제는 상당히 역진적인 성격을 가지는 만큼 점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비 세액공제는 학교급별로 정해진 공제한도액 내에서 지출한 교육비의 15%를 산출된 세액에서 차감하는 것이다.

근로소득자 본인을 포함해 기본공제 대상이 되는 배우자와 자녀, 형제자매, 입양자 및 위탁아동을 위해 교육비를 지불할 경우에 적용된다.

본인을 위해 지출한 교육비는 한도없이 15%를, 부양가족 교육비는 고등학교까지는 1인당 300만원, 대학교는 900만이 공제한도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수업료를 면제하고 있으며, 급식 역시 대부분 무상으로 제공한다.

중위소득의 50∼60% 이하 가정 학생에게는 방과후 학교 자유수강권, 교육정보화 지원 등이 이뤄진다.

고등학교는 중위소득의 50∼60% 이하 가정의 학생에게 수업료와 입학금, 학교운영지원비를 전액 지원하며, 급식비와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 교육정보화 지원이 제공된다.

대학은 각종 장학금을 활용할 경우 소득 2분위 이하는 등록금을 전부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그 이상 소득계층에서는 소득이 많을수록 학부모가 학비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과 부담액 규모가 커지도록 장학금 제도가 설계돼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자녀를 영어유치원이나 사립초등학교, 국제중학교, 자율형 사립고 및 특수목적고 등을 보내는 경우 외에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어 세액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 셈이다.

반면 자녀를 비싼 학교에 보낼 경우 학부모가 교육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교육비 세액공제를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대학의 경우에는 고소득층 자녀는 장학금 혜택에서 제외돼 교육비를 더 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역시 세액공제를 더 많이 받게 된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한 납세자는 1천733만명으로 이중 14.7%인 254만명이 1조1천285억원의 교육비 세액공제를 받았다. 1인당 교육비 공제액 평균액은 44만원으로 집계됐다.

소득규모별로 보면 소득 1억원 초과자는 공제액이 평균 69만원에 달했고, 8천만∼1억원 56만원, 6천만∼8천만원 51만원, 5천만∼6천만원 37만원, 4천만∼5천만 31만원, 3천만∼4천만원 22만원, 2천만∼3천만원 12만원, 1천만∼2천만원 7만원, 1천만원 이하 2만원 등이었다.

납세자 중 공제신청자 비중을 보면 소득 1억원 초과에서는 10명 중 6명 꼴인 60.9%가 교육비 공제 혜택을 받았지만, 2천만∼3천만원 납세자 중에서는 3.4%, 1천만∼2천만원은 0.7%, 1천만원 이하는 0.1%에 불과했다.

중산층 이하에게는 교육비 세액공제는 무용지물이고 고소득층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받는 역진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초·중 ·고등학교 취학률이 94∼98% 수준이고, 고등학교 졸업자의 70% 정도가 상위학교에 진학하고 있어 교육수요 증대를 위해 정부가 학부모 교육비를 지원할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지원 관점에서 봐도 대체로 중위소득의 50∼60% 이하 소득계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교육비 거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어 교육비 공제는 그 이상 계층에 주로 혜택이 돌아간다.

보고서는 "고가 교육기관에서 자녀를 교육하는 경우에는 전적으로 학부모가 부담하도록 하고, 보편적인 국민이 납부하는 교육비 수준을 초과하는 지출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도 원칙적으로 본인 교육비 공제로 전환하고 학부모의 자녀 교육비 공제는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아직 취업 후 상환 융자제도가 확산돼 가는 과정이고 국민 정서상 자녀 교육비는 학부모가 부담한다는 정서가 만연해 있어 시간을 두고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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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