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의 눈물’ 주희정 “1년 더 뛰겠다고 약속했는데…농구인생 후회 없다”
2017-05-18 16:04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베테랑 가드 주희정(40)이 은퇴 발표를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의 옆에는 아들 지우(7)도 함께 있었다. 주희정은 “첫째, 둘째 아이랑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아이들이 정규리그가 끝난 뒤 1년만 더 선수생활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서 꼭 하겠다고 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주희정은 18일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30년간 누볐던 코트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아들 지우와 삼성 이상민 감독, 이규섭 코치도 함께 했다.
주희정은 “구단과 은퇴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뭔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면서 “농구에 미쳐 지금까지 살아온 저에게 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희정은 처음 농구공을 잡았던 초등학교부터 강동희를 보며 선수를 꿈꿨던 중학교, 할머니를 호강시켜 드리려고 죽도록 열심히 했던 고등학교, 가난한 가정 형편 등으로 간절하고 성숙했던 대학교, 그리고 치열했던 프로시절 등을 돌아봤다.
주희정은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힘든 싸움에서 이겨가며 이 자리까지 왔다”며 “농구 인생에 후회는 없다.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고려대를 중퇴한 뒤 1997년 원주 동부의 전신인 나래 블루버드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한 주희정은 이번 시즌까지 총 20시즌을 뛰었다. KBL 정규시즌 1044경기 중 1029경기에 출전했다. 20년간 결장한 경기는 단 15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그래서 별명도 ‘철인’이다.
주희정은 정규리그 기준 최다 어시스트(5381개), 최다 스틸(1505개), 국내선수 트리플 더블 최다기록(8회), 3점슛 성공개수 2위(1152개), 리바운드 5위(3439개), 득점 5위(8564점)의 기록을 남겼다. 1997-1998시즌 KBL 신인왕 수상을 시작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는 등 KBL의 최고 스타로 활약했다.
주희정은 “나는 이렇게 은퇴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도 나이에 주눅이 들지 않고 미국프로농구(NBA)처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프로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주위 눈치를 보게 됐다. 나이를 떠나 최고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면 한국 농구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주희정은 지도자로 제2의 농구인생을 연다. 코트를 잠시 떠나 지도자 수업을 통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주희정은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다재다능하고 지도자로 돌아오겠다. 명 지도자로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