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정부, 토종신약 글로벌 경쟁력 확보 지원 나서야

2017-05-19 07:30

[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된 토종신약이 또 탄생했다. 일동제약의 만성B형간염 치료제 '베시보'가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28번째 토종신약이자,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뉴클레오타이드계열 만성B형간염약이다. 국산 B형간염 신약으론 부광약품 '레보비르'에 이어 두 번째다. 레보비르는 2006년 11월 시판 허가를 받은 11번째 국내 신약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이 때문에 제약 역사가 시작된 지 120년에 가까워졌지만 신약 개발의 역사는 채 20년도 안 된다.

1999년이 돼서야 국내 기술로 만든 신약이 처음 나왔다. 1호 토종신약은 SK케미칼이 개발한 위암 치료용 항암제 '선플라'다.

2001년엔 3개의 국내 개발 신약이 시장에 나왔다. 그해 5월 대웅제약의 당뇨성 족부궤양치료제 '이지에프'(2호)가, 7월엔 동화약품의 간암약 '밀리칸'(3호), 12월 JW중외제약이 개발한 항균제(항생제) '큐록신'(4호) 자체 신약으로 허가됐다.

이후 2004년과 2009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토종신약이 등장했다. 특히 재작년엔 5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골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2월·22호), 동화약품의 항균제 '자보란테'(4월·23호), 동아에스티의 항균제 '시벡스트로 정'(4월·24호)과 '시벡스트로 주'(4월·25호),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10월·26호)이 2015년에 나왔다.

하지만 토종신약이 모두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토종신약의 총 생산액은 1586억원에 머물렀다. 전체 의약품 생산액 16조9696억원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토종신약 1호인 선플라를 비롯해 밀리칸, 슈도박신은 생산도 되지 않았다. 슈도박신은 CJ헬스케어가 개발한 농구균 예방백신으로, 2003년 5월 국내 개발 신약 7호로 이름을 올린 제품이다.

지난해 5월 나온 27번째 국산 신약인 '올리타'도 큰 시련을 겪었다. 한미약품의 올리타는 시판 후 3상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조건부 허가는 환자에게 신속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판에 필요한 모두 세 번의 임상시험 중 두 번째 임상인 2상까지의 자료만으로 일단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하지만 같은 해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올리타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고, 제품 복용 환자가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식약처에서 임상 3상 승인을 받고 명예회복에 나섰다. 올리타는 기존 투약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나마 지난해엔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 토종신약이 4개 나오며 체면치레했다. LG화학(전 LG생명과학)의 당뇨병약 ‘제미글로’(19호)는 2016년 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산 신약 중 첫 매출 500억원 돌파다.

보령제약이 개발한 토종 고혈압약 '카나브'(15호)는 4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일양약품(007570)의 위궤양 치료제 '놀텍'(14호)은 225억원, 종근당의 당뇨병약 '듀비에'(20호)는 1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종신약은 개발보다 성공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를 극복하려면 국산 신약에 대한 약값 우대와 세제 혜택을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신약 개발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비용은 2014년 기준 민간투자의 8%에 불과하다. 제약 선진국인 미국은 37%, 일본은 19%인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신흥 제약강국으로 떠오른 벨기에는 40%에 달한다.

의약품은 고부가가치 제품이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새 정부가 제약산업에 더욱 관심과 지원을 쏟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