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文대통령 ‘식사정치’…밥 한 끼에 담긴 ‘협치’ 키워드
2017-05-17 17:3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식사 정치’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19일 원내 교섭단체 4당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원내사령탑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회동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원내 5당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0일 국회를 직접 찾아 야 4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그간 역대 대통령이 외면했던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대표실까지 찾았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당시 “정의당을 찾아준 첫 번째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오찬회동에는 문 대통령이 대선 선거운동 기간 ‘적폐 세력’으로 규정했던 자유한국당도 포함됐다. 취임 직후 여소야대 파고에 부딪힌 문 대통령이 식사 정치를 통해 협치와 소통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17일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문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을 정식 제안했다. 김 권한대행이 이 자리에서 오찬회동 참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회동은 사실상 확정됐다. 앞서 국민의당을 제외한 4당은 오찬회동에 긍정적이었다.
문재인식 식사 정치의 특징은 ‘속도’와 ‘범위’다. 이번 오찬회동은 문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전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7개월 만인 2014년 7월 첫 오찬회동에 나섰다.
의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오찬회동을 했던 당시 야당 인사들은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민감한 의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야당은 선명성을 강조하는 의제로 공격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지도부의 오찬회동에서는 의제 제한 없이 문재인 1기 내각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북핵 위기 대응방안, 협치 등이 의제 테이블에 올라올 전망이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의제 제한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정국 野 도움 없을 땐 ‘식물정부’
문 대통령의 ‘식사 정치’ 시동에는 ‘협치·소통’ 키워드가 담겼다. 120석에 불과한 집권당이 야당의 도움 없이는 법률안 통과 하나 할 수 없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자유한국당(107석)·국민의당(40석)·바른정당(20석)·정의당(6석)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벼랑 끝 전술을 편다면, 개혁입법안 하나 처리 못 하는 식물정부로 전락한다. 국회 선진화법 적용을 받는 쟁점 법안의 경우 의결정족수(180석)에 한참 모자란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새 정부의 국무위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줄 대기 상태다. 촛불이 요구한 개혁입법 추진은 물론 추경과 내년도 예산편성도 난망하다.
한국당 등은 이미 이낙연 청문회를 비롯해 정부의 개혁입법은 놓고 당·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협치 여부에 따라 집권당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다중 대표소송제,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공공이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식사 정치에는 ‘국정운영 리더십’을 한층 끌어올려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얘기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을 위한 협치”라며 “민생 중심의 행정부와 정당 간 협치가 원만한 국정운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