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들녘…컬러링 바다 팔색조 매력 뽐내는 ‘천상의 정원’

2017-05-22 00:00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제주의 5월은 형형색색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었다. 분홍빛 가득한 한라산은 물론 에메랄드빛 바다, 코끝을 향기로움으로 꽃 향기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제주로 떠나자.

◇가슴 떨리는 분홍의 시크릿 가든
 

파란 하늘, 초록빛 산(오름), 분홍빛 꽃이 조화를 이룬다.[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한창 봄을 준비하던 한라산은 숨을 잠시 고른다. 신록이 물들고 새소리가 경쾌해질 즈음 참았던 숨을 한껏 토하듯 화려하게 피워내는 분홍색 털진달래와 진분홍색 철쭉. 백록담 앞마당에서 열리는 봄 파티에 한라산은 분홍색 카펫을 깔고 사람들을 초대한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이 파티의 초대장은 모두에게 보내지는데 털진달래와 철쭉으로 덮인 선작지왓을 보는 일은 조금 땀을 내야 가능한 일이다. 선작지왓은 한라산 영실코스 중 윗세오름에 이르는 곳에 있는 평원지대로 2시간~2시간 반 정도의 산행이 필요하다.

연분홍빛 참꽃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을 닮았다고 하여 제주도를 상징하는 꽃으로 지정됐단다. 사려니숲길, 한라산 둘레길 등에서 만날 수 있으며, 5월 13일~14일 열리는 방선문축제 장소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푸른 바다에 투영된 흰 구름··· 바다의 컬러링 
 

비양도와 협재해변. 제주 바다는 날씨에 따라 늘 새로운 컬러를 그려낸다.[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화산섬 까만 바위와 하얀 모래톱 사이 켜켜이 쌓인 바다 위의 바다. 폴짝 뛰어가면 저 먼 바다에 닿을 듯 길을 내어준다. 김녕성세기해변은 다양한 색깔의 바다가 빗살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곳이다.

보석처럼 투명한 용천수가 돌담을 간지럽히며 바다를 향해 물을 흘려보내는 함덕서우봉해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함덕서우봉해변의 용천수탕은 이국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멀리 떨어진 서우봉은 이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려는 듯 귀를 기울인다.

협재해변과 비양도 사이의 에메럴드 빛 바다는 사이사이 마주한 검은색 바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늘 새로운 컬러를 그려내는 바다. 이 모든 색을 품는 곳이 5월 제주의 바다다.

◇시간이 머물다 간 적갈색 흔적
 

설쿰바당은 갈색 모래와 검은색 모래가 섞여 오묘한 느낌을 준다.[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80만년의 시간은 자신이 머물다간 흔적을 또렷하게 새겨놓았다. 화산폭발로 형성된 용머리해안 일대와 사계 포구에 이르는 설쿰바당은 기이한 형태의 지형과 지질로 시간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바람 때문에 쌓인 눈에 구멍이 뚫린다는 뜻의 ‘설쿰’. 설쿰바당은 갈색 모래와 검은색 모래가 섞여 있는 해변으로 단단히 굳은 모래바위 사이에 숭숭 구멍이 뚫린 것이 매력적인 곳이다.

사계포구를 지나면 하모리층이라고 불리는 적갈색의 퇴적암층이 있는데 3500년 전 송악산에서 분출한 화산에서 흘러나온 화산재가 해안가에 쌓인 곳이다. 제주도 바다 풍경 중에서도 독특한 색감을 지니고 있는 바다 풍경이라 기억에 남을 것이다.

◇노을에 더 붉게 물드는 바다 풍경
 

차귀도 일몰. 노을에 더 붉게 물드는 바다 풍경은 언제나 경이롭다.[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떠오르는 해보다 저무는 해가 아련함을 주는 건 우리 모두의 인생이 저무는 방향을 향해 걷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은 노을이 더욱 붉고 아름답기를,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자신의 삶도 아름답고 붉게 마치기를 바라는 것처럼.

푸른 바다와 닿은 이호테우해변의 빨간 말등대는 해가 지면서 더욱 붉어져 아름답다. 한경면 고산리의 당오름에 오르면 코발트 빛 블루 바다가 더욱 붉게 물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차귀도부터 물들이기 시작한 석양이 자구내포구와 당오름까지 밀려와 붉게 자신을 감싸는 느낌을 경험하는 것 또한 색다르다.

◇오월처럼 진한 노란빛의 새우란
 

노란빛의 새우란은 제주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쉽게 볼 수 있다.[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작게 오밀조밀 달린 꽃들을 보호하려는 듯 큰 잎으로 받치는 새우란. 산비탈이나 숲속 음지에서 진한 노란색의 빛을 발하는 새우란은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제주에 자생하는데 제주에서는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쉽게 볼 수가 있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삼나무가 수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고 쾌청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산책로를 조성해 놓아 싱그러운 피톤치드를 맡으며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제주의 총천연색
 

제주에서는 직접 천연염색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을 마주할 때, 자연은 늘 옳다는 생각이 더 강렬하게 든다. 풋감 즙을 내어 만드는 갈옷색은 자연과 잘 어우러진 부담 없는 색이고, 쪽에서 추출한 쪽빛은 청바지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청명하고도 짙은 쪽빛을 만들어낸다. 양파에서 추출한 즙으로 내는 겨자색도 청정한 제주를 그대로 표현한 듯 아름답다.

제주에서는 직접 천연염색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일반인들도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색으로 손수건, 스카프 등을 만들 수 있다. 일출랜드(아트센터), 제주천연염색협동조합, 물드리네, 해원천연염색체험장 등에서 염색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록빛이 주는 여유
 

피톤치드가 가득한 송당마을의 삼나무 길은 웨딩스냅사진을 찍으려는 예비부부에게도 인기 만점이다.[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길고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과 그곳에 작게 난 오솔길은 때로는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무가 많지 않은 도심에서 자란 도시인에게는 더욱 더 신비하게 다가오는 이 곳.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송당마을의 삼나무 길은 웨딩스냅사진을 찍으려는 예비부부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스폿이다. 푸른 숲에서 더욱 순백으로 도드라지는 드레스, 그 안의 신부가 더욱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이다. 밧돌오름에서 안돌오름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숲길을 만날 수 있다.

소원 비는 길로 잘 알려진 송당리는 제주 신화의 고장이기도 하다. 수많은 오름 속에 둘러싸여 있어 포근한 느낌을 주는 데다 오름의 그려내는 능선이 아름다워 마을을 산책하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