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형펀드 '박스피 환매' 행태 변화 조짐

2017-05-17 06:01

"박스권 상단 돌파 후 기계적 환매 강도 약화"
"투자심리 개선시 올해 펀드 환매 극복 원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전형적인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환매' 행태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와 KB증권에 따르면 2012년 1월 1일 이후 지난 12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 동향을 조사한 결과 모두 27조2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출했다.

이 가운데 92%가 넘는 25조1천억원이 코스피 1,950∼2,050구간에서 빠져나갔다.

과거 5년여 동안 코스피가 박스권(1,900∼2,100) 상단에서 움직이면 예외 없이 환매가 쏟아지는 박스피 환매 행태가 반복된 것이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5년여 동안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 구간에서 펀드 환매가 기계적으로 나오는 현상이 이어졌다"면서 "특히 2012년에는 환매 물량이 가장 많아 순환매액만 7조7천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가 장중 2,300선을 돌파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자 코스피의 박스권 움직임을 겨냥한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행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오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가 2,050선을 넘어섰을 때 환매 규모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면서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했음에도 환매 강도가 강하지 않은 것은 변화가 예견되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12일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901억원이 새로 들어오고 1천424억원이 환매로 이탈하며 523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순유출 폭이 전날(1천306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코스피가 2,200선 후반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이는 데다가 그동안 이어진 자금 유출규모를 고려하면 차익실현을 위한 펀드 환매가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개선과 한국의 수출 회복이 대형 수출주의 실적개선을 거쳐 중장기 강세장으로 이어지면 개인과 기관의 투자심리를 개선해 수급의 방향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이후 내수경기가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또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대감이 시장 수급과 가치평가 정상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펀드 환매는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원인이 아니라 그간 증시 부진에 연유한 결과"라며 "내부 경제주체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올해는 펀드 환매를 극복하는 원년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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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