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 삼성그룹 지분정리에 '메가톤급 변수'
2017-05-14 06:01
계열사간 출자분, 적격자본 인정 못받아 지분관계 정리해야 할 듯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7.55% 처리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통합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그룹 선정 기준으로는 ▲ 그룹 내 금융자산 5조원 이상 ▲ 그룹 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등이 다양한 안이 제시되고 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지난해 말 기준)은 264조7천억원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액 약 19조1천억원(지분 7.55%)이 포함돼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이후 이런 계열사 출자분이 삼성생명 적격자본에서 빠지면 자본 적정성 지표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분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삼성생명 내 삼성전자 지분만 놓고 보더라도 19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출자분이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처럼 금융회사 내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금산분리 원칙도 법 개정과 관련된 소모적인 논쟁없이 해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키'로도 여겨지는 지분이다.
통합감독 시스템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금산분리 원칙 준수'를 실현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또 공시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융계열사들의 지분 처리 과정도 더 투명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첫 번째 순환출자 고리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S·삼성전기·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로 이어지는 두 번째 고리로 나뉜다.
삼성그룹이 지난달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으나 그간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구도를 완성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지주사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사 설립이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은 삼성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산분리와 관련해 꾸준히 논란이 돼온 법 조항은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와 공정거래법 11조다.
금산법 제24조는 대기업집단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55%, 삼성화재는 1.32%를 갖고 있다. 금융회사가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총 8.87%를 보유 중이지만 법 개정 전 기존 보유 주식이라는 이유로 허용돼왔다.
참여정부 시절 대기업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소유를 5% 이내로 제한하도록 개정됐으나 법 개정안 시행 전에 취득한 5% 초과 지분은 문제 삼지 않기로 해 '삼성 봐주기' 논란이 있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예외조항(공정거래법 11조)으로 임원 임면, 정관변경, 합병의 경우는 다른 계열사와 더해 최대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법은 2015년 7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삼성물산 지분 4.79%를 갖고 있던 삼성화재가 '흑기사' 역할을 하면서 한 차례 논란이 됐다. 삼성화재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합병 가결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의결권 지분 제한을 단독금융회사 기준으로 5%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 왔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경제정책의 틀을 짜며 이 제도가 공약에 포함되는 데 일조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통합감독 시스템은 금산분리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제도"라며 "법을 통한 경직적인 금산분리 규제가 없어도 금융감독 차원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자본적정성을 맞추기 위해 지분 관계를 정비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금산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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