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옷 벗는 정도는 제가…" 탈권위 파격 행보 눈길
2017-05-11 19:01
문 대통령,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청와대 경내 산책하며 차담
아주경제 주진 기자 =취임한 지 이틀째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는 180도 다른 ‘탈권위’ ‘파격’ 소통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임 민정·인사·홍보 수석비서관 및 총무비서관과 오찬을 함께 하며 새 정부의 성공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참모들과 1시간가량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차담회도 가졌다.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이 자리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가 길어져 애초 예정된 시각보다 20분가량 늦게 도착한 문 대통령은 경호원이 재킷을 받아주려고 하자 "옷 벗는 정도는 제가…"라고 이야기하고 자리에 앉았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모두 재킷을 벗고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시진핑 주석과) 만리장성을 쌓으셨나"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통화가 아주 잘 됐다"고 화답했다. 이어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역할을 승낙해주셔서 다들 감사드린다"면서 "남아 있는 일이 첩첩산중"이라고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 맞은 편에는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는 이정도 신임 총무비서관이 앉았다. 문 대통령은 총무비서관을 발탁한 배경을 별도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역대 정권에서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맡는 이른바 '문고리 권력'의 자리였지만, 이 비서관은 문 대통령과 전혀 인연이 없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늘공'(늘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문 대통령은 "그간 총무비서관은 '패밀리' 같은 관계에 있는 분이 맡는 직책으로 여겨졌는데 저는 투명하게 운영해 보고 싶다"면서 "기재부에서도 인사·총무를 하지 않았는가"라고 이 비서관에게 물었다.
이어 "청와대 살림살이를 합리적으로 해주길 기대해 특별히 모셨는데 기재부에서 잘 나가고 있는 분에게 어려움을 준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왕 이렇게 됐으니 이 정부를 성공해 내면 그게 또 못지않은 보람 아니겠는가"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 비서관을 가리켜 '낭중지추'라고 덕담을 건네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꽃이 피었다.
오찬을 마친 뒤 본관을 나선 참석자들은 조현옥 인사수석을 제외하고는 재킷을 벗고 셔츠 차림으로 커피 한 잔씩을 든 채 이동하며 담소를 나눴다.
차담 장소에 다다랐을 때 참석자들이 서로 자리를 권하자 임 실장은 "순서가 어딨나"라고 이야기해 분위기를 주도했다.
조현옥 수석이 문 대통령 옆에 앉은 것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는 여성 인사의 발탁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나는 참여정부 때 여성 발탁에 진짜 노력 많이 했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보다 정무직 여성 출신이 훨씬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수석이 "그 기록을 깨야죠"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전체 인원의) 3분의 1을 (여성으로) 하려면 몇 분을 해야 하나"라고 묻기도 했다.
조 수석은 "여성을 기용한다고 하면 사회·복지 분야를 생각하고 아니면 '마이너'한 분야를 생각하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남미 나라가 남녀 동수 내각을 하면서 국방장관을 여성으로 한 것이 놀랍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도 파격적인 국민소통 행보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9시께 사저에서 나온 문 대통령은 대기 중인 ‘방탄차량’에 오르며 청와대 출근길에 나섰는데, 차량은 몇 미터 채 이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멈춰섰다.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빌라 단지의 입구 쪽에 모여 있는 20여 명의 주민·지지자들에게 다가갔고,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불편하셨죠”라고 인사를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문 대통령의 ‘하차’에 주민·지지자들은 환호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쇄도하는 ‘셀카’ 촬영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대통령 곁에 선 주영훈 경호실장이 사진을 직접 찍어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재 중이던 기자들과도 일일이 악수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경호원들은 지나친 통제 없이 부드럽게 주위를 경호해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파격 행보는 대선 기간에 강조한 것처럼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