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文정권 인선, 非영남·非文 껴안기…통합정부 門 열었다
2017-05-10 21:05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베일을 벗은 문재인 정부 첫 내각 인선의 핵심은 ‘비영남·비문(비문재인)’ 껴안기다. 대탕평책을 통한 국민대통합 시대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통합정부 구성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 출신의 비문계인 이낙연 전남지사(65)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비영남 총리를 초대 총리로 염두에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협치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무늬만 호남’으로는 안 된다. 내용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변화 없는 전시용 탕평책으로는 여소야대 국면을 넘기 어렵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0석에 불과하다. 쟁점 법안 통과의 마지노선인 국회 선진화법의 의결정족수(재적의원 5분의3 이상) 앞에선 한없이 무기력하다.
10일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낙연 카드’에는 △호남 홀대론 해소 등 지역 안배 △소연정과 대연정 신호탄 △국회 인사청문회 무사통과 △동서 화합 등의 포석이 깔렸다.
이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 참여정부 당시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의 ‘부산 정권’ 발언은 호남과 친노 운동권 그룹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호남 지역에선 ‘홀대론’이 정권 내내 들끓었다. 문 대통령이 호남 인사를 초대 총리로 발탁, 호남 껴안기에 나선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낙연 카드’에는 통합정부 구상도 담겼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당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취재 기자였다. 이후 DJ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땐 손학규 캠프의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친노와 거리를 둔 셈이다.
◆‘호남+동교동계+비문’ 포용 신호탄··· 동서화합 적기
정치권 안팎에서 문 대통령이 ‘이낙연 카드’를 통해 당내 비문계와 국민의당으로 분화된 동교동계 껴안기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주창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간 소연정을 골자로 하는 진보연대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낙연 카드’에 대해 “탕평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동교동계와 인연이 깊은 이 후보자를 통해 호남 세력과 동교동계, 비문계 등을 품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소연정은 문재인식 통합정부의 1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대연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찾아 원내 5당 대표를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대선 기간 통합정부의 세력 범위에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박근혜 정권 부역자들을 제외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당·청이 문재인식 통합정부 2단계로 보수진영 내 개별 의원 접촉을 통해 대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한 카드로도 보인다. 이 후보자는 전남지사 시절 영·호남 화합을 위한 길을 걸었다. 당내 친문(친문재인)계는 물론, 야당 의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는 평가다. 이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조차 새 정부 인선과 관련해 “좋은 분들이 거명돼서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소한 박근혜 정부 초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교수 등이 합류한 만큼, 동서가 화합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참모진 인사도 마찬가지다. 임종석 카드 등을 통해 친문체제 구축 논란은 피하고 당내·외 소통을 통한 안정화에 방점을 뒀다. ‘서훈·주영훈’ 카드 등 정책 베테랑을 등용하며 보완재 찾기에도 나섰다.
차 교수는 문재인식 통합정부 구축 전망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첫날부터 광폭 행보에 나섰지만, 향후 한국당과 바른정당 인사를 등용하느냐가 중대 포인트”라며 “보수정당 일부와 손을 잡을 경우 당내 진보파 의원들의 반발도 새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