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美전문가들 "대북정책-사드 잘 다루고 두 정상 조속히 만나야"(종합)

2017-05-10 05:08

"한미동맹 굳건" 예상하면서도 '햇볕정책' 복귀 가능성에 우려 제기
"文, 美의 좋은 파트너 이미지 심고 트럼프는 일단 韓얘기 경청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대 대통령을 뽑는 '5·9 대선'에서 승리한 것과 관련해 한미동맹은 변함없이 굳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그러나 향후 한미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대북정책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현안을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잘 협의해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고 동맹을 재점검하기 위해선 한미 정상회담을 최대한 빨리 개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불안정 사태처럼 어떤 일들이 어려운 상황을 만들지 않는 한 한미동맹은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도 크게 바뀌거나 도전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해야 하는 2018년에 약간의 긴장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 "또 하나 시험무대가 될 수 있는 분야는 한미일 3국 간의 전략적 협력인데 만약 문재인 정부가 중요한 안보 협력 문제를 위안부 이슈 재논의와 연계시킨다면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대북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현재의 흐름을 약화하는, 즉 일례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거나 북한의 김정은에게 달러를 더 주게 되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만약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과 연계하고 북핵을 6자회담 복귀와 기꺼이 연계한다면 그것은 좀 더 주장해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북한과의 막후채널도 없고 공개적인 대화채널도 없었다. 정책과 관계없이 위험성과 상호 오해를 줄이기 위해 대화채널을 가동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남북 간 최소한의 대화채널 유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드배치 비용 논란에 대해선 한미 양국 정부에 모두 충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만약 사드배치를 번복하려 한다면 이는 충분히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미국 역시 기존의 합의나 기준을 바꿔 한국에 땅과 기반시설을 넘어 다른 배치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요구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사드를 취소하고 국회에 관련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좋은 변명거리를 갖게 된다"고 전망했다.

한미FTA 재협상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한미FTA를 불공정하게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을 파괴하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은 말이 안 되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서도 "그렇긴 하지만 전자상거래, 인터넷 프로토콜(IP), 정부조달과 같은 분야에서는 관련 규정을 갱신하고 현대화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문재인-트럼프 시대의 미래 한미관계에 대해 분명히 양측에 많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런 우려들은 '노무현-조지 W. 부시' 시절의 어려웠던 때와 맞물리면서 두 사람의 실체와 스타일에 터 잡고 있다"고 전했다.

롬버그 석좌연구원은 대북정책, 사드, 한미FTA를 열거하면서 "이런 것들은 한미동맹이 핵심적이고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양국 정상이 잘 관리해야 하는 그런 사안들"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문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조언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에 대해 문 당선인은 미국의 하인처럼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자부심 있고 독립적인 나라의 지도자로서 당당하게 맞서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립적 중재자나 균형자, 또는 대북 유화론자를 무모하게 흉내 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좋은 파트너로 보여야 할 책임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미국인들은 문 당선인이 이런 책임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분명 그의 성향은 대북관여 쪽에 향해 있지만 적어도 최근에는 자신의 대북정책이 미국과의 강한 동맹과 6자회담 당사국 파트너에 근거한 것이며, 대북관여는 한반도 긴장완화의 근본조건인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만약 자신과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코스를 바꾸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서 "일례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동맹이 와해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지만, 지금은 그런 입장을 바꿔 동맹의 중요성과 그것에 대한 자신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롬버그 석좌연구원은 "두 정상 간의 좋은 첫 만남이 아마도 미래의 지속적인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확실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양국이 조기에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날 기자들과의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몇 번 만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회담했지만, 한국과는 정상회담이 없었다"면서 두 정상 간의 즉각적인 전화통화와 더불어 조속한 대면 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폴락 선임연구원은 아울러 문 당선인에 대해 "전임 진보 대통령들이 취했던 상당수 정책을 복원하길 원하는 만큼 대북평화 구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아마도 경제지원 재개 등 대북접촉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이익에 부합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달성하고자 하는 것에 배치되고, 심지어 지금은 대북압박 완화가 아니라 강화가 필요하다는 중국의 아이디어와도 어느 정도는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선 사전에 최소한 한미 간의 솔직한 자문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당선인이 취임하면 가장 먼저 미국과의 진지한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전적으로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미국은 한국에서 흘러나오는 시각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항상 의견이 같을 수는 없고 문 당선인과 정말로 다른 분야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북한 이슈 그 이상의 것으로, 한국의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한국 국민들 사이에 미국과의 동맹을 지속해야 한다는데는 매우 강력한 지지가 있지만,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뭘 해야 하는지에 관해 지시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단지 미국에 배치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즉각 거절할 것이 아니라 문 당선인이 (그로서는) 할 수밖에 없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청해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연구원은 성명에서 "문 당선인은 이전 햇볕정책을 추진했을 당시와는 매우 다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그런 환경에서 임기를 시작한다. 따라서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 등 현재 상황과 맞는 관여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양국 간 통상마찰 가능성에 대해선 "양국이 한미FTA와 관련해 서로 윈윈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ims@yna.co.kr

(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