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광화문광장, 역사 품은 촛불광장으로 확 바뀐다

2017-05-10 03:00

대통령 집무실 이전, 율곡로 변형·세종대로 축소 등 논의 본격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맞아 광화문광장이 600년 역사를 담은 민주 광장으로 확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역사도심 중심인 광화문광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장미대선을 이끈 '촛불 명예혁명'의 무대로 우리 역사에서 새로운 큰 의미를 갖게 됐다.

문재인 당선인도 일찌감치 촛불 정신을 계승해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캠프에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회와 서울역사문화벨트 조성 공약기획위원회를 운영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고 관저를 광화문 인근에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공약이다. 또 광화문광장에서 국정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북악산과 함께 시민 휴식공간으로 바꾸고 청와대에서 경복궁, 광화문, 서촌, 북촌, 종묘를 잇는 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를 위해 세종대로 사이에 낀 광화문광장은 민주광장으로 역할과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위치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광화문 월대(궁궐 전각 앞에 놓인 섬돌)와 의정부터 복원 등도 추진한다고 했다.

광화문광장 구조개선 밑그림은 서울시가 주도하고 청와대 경호실,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이 논의해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광화문광장 구조 개선을 제안했으나 정부 반대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광화문광장은 2009년 개장 후 역사성 부족, 접근성 제한, 편의시설 부족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2010년에는 국가상징거리 조성 계획으로 광화문 앞길 시민공원화와 율곡로 변경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0일 "시에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광화문포럼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서 논의를 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9월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광화문포럼을 꾸려 개조 방향을 모색해왔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광화문광장 개선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에는 서울시정연구원에 용역을 냈다. 용역기간은 8개월이지만 8월께 큰 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9월부터는 중앙정부와 합동으로 재구조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내년 봄에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할 계획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당초 계획대로 정부청사로 해도 될지, 인근 고궁박물관이나 미 대사관이 이전하고 비는 건물 등이 적절할지 등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청사는 건물 주변 공간이 비좁고, 남향이 아니고 근처에 고층 건물이 많아 경호 문제도 거론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달 유럽 순방에서 "중앙분리대 같은 느낌을 주는 광화문광장을 어느 한쪽으로 붙이거나 왕복 10차로를 절반으로 대폭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월대를 복원하고 해태상을 앞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한다"며 "광화문 앞은 광장형 공간, 세종대로 주변은 거리형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쪽 육조거리는 "복원이 쉽지 않지만 변형을 해서라도 부분적으로 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촛불집회 기록을 남기기 위해 신호등에 촛불 모양을 넣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했다.

지난해 광화문 앞길에 높이 40∼50㎝로 50m 가량 펼쳐진 월대를 복원하고, 해태상 한쌍 자리를 그 좌우로 옮기는 안이 나왔다. 의정부터를 포함해 그 주변은 시민광장으로 바꾼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 앞길을 지나는 율곡로가 방향을 바꿔야하고 교통 흐름에 상당히 큰 변화가 있게 된다.

안국동 사거리 쪽에서 오다가 의정부터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쪽으로 빙 돌아 지하차도를 타고 빠져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 길을 지나는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마스터플랜이 나오기까지 조선시대 월대 복원이 교통 불편을 감수할 정도로 우리 시대에 의미를 갖는지 등에 관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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