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새 정부 '우병우 특검' 출범하나…야당과 공조에 달렸다

2017-05-10 03:00

국민의당 협력해야 과반 안정 확보…법사위 통과 등 곳곳에 변수
검찰 '무딘 수사' 비판하지만 '특검 성과 기대 어렵다' 회의론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19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됨에 따라 민주당이 그동안 공언한 대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각종 의혹을 추가로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발족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 45명은 지난달 26일 '우병우 특검법'을 발의했다.

법률안은 원내교섭단체 중 자유한국당을 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세 당이 각각 추천한 후보자 3명 중 대통령이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파견검사는 20명, 파견 공무원은 40명까지 둘 수 있고 특검보는 3명, 특별수사관은 40명 이내로 임명할 수 있다. 최대 104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수사팀을 꾸릴 수 있는 수준이다.

수사는 준비 기간을 포함해 120일간 할 수 있고, 대통령 승인으로 30일 연장할 수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검사 출신이자 지난 정부에서 민정비서관에 이어 민정수석으로 막강한 지위를 누려온 우 전 수석 수사에 '무딘 칼'을 댔다면서 강력한 의지를 갖춘 독립적인 특별검사가 재수사해야 한다고 별러 왔다.

여기에는 우 전 수석이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직자라는 인식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의원들은 "(우 전 수석의) 영장기각 사유로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면서 "이는 검찰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조차 소명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음을 뜻한다"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검찰이 조직 수뇌부와 전·현직 고위 간부들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세월호 수사 방해 압력 의혹 등의 규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이 가족회사 정강 횡령 의혹 등으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대상이 되고,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검찰·법무부 최고위 간부들, 수사팀 책임자들과 수시로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지적에 검찰은 최고위 간부들까지 포함해 우 전 수석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선 필요한 조사를 다 했다면서 '부실 수사' 비판을 정면 반박한 바 있다.

민주당이 과반에 크게 못 미치는 120석을 확보한 가운데 '우병우 특검법' 통과에는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과의 공조가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원내 40석을 가져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 직후 원론적으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대선 패배에 따라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본회의장 표결 단계에 앞서서도 최근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검찰만이 아니라 박영수 특별검사팀까지 가세해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지만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된 점에서 우여곡절 끝에 새 특검팀이 꾸려져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가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검찰이 특검의 수사 결과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및 불출석) 등의 혐의로 지난달 17일 불구속 기소해 이미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이중·과잉 수사'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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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