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뽑은 대통령'도 문재인…전국 모의대선 1위(종합)
2017-05-10 01:20
"청소년 존중받는 사회 만들어 달라…정치적 권리 보장"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이재영 기자 = 정식 투표는 아니지만,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이 뽑은 대통령도 문재인이었다.
한국YMCA전국연맹(전국연맹)은 제19대 대선 본 투표가 열렸던 9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치른 '모의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인이 총 5만1천715표 중 2만245표를 얻어 39.1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10일 밝혔다.
본 투표와 달리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36.02%를 얻어 근소한 차로 2위에 올랐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10.87%),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9.35%),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91%) 순으로 이어졌다.
이 투표는 전국연맹 등이 꾸린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운동본부'가 서울 등 전국 30곳에서 진행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투표권이 없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 선거인단 6만75명이 모였고 그중 86.08%인 5만1천715명이 참여했다.
전국연맹은 "인류는 신분, 성별, 인종의 벽을 무너뜨리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장해왔고 남은 것은 나이의 장벽뿐"이라며 "문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만 18세 청소년이 참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연맹은 문 당선인에게 '청소년 대통령' 당선증을 전달할 계획이다.
대선 본 투표일이던 전날 서울에선 종로구 교보문고 옆 길거리에 투표소 한 곳이 설치됐다. 이곳에서 청소년 모의투표가 실제 투표와 마찬가지로 오후 8시까지 이뤄졌다.
광화문 모의투표소는 청소년들의 '발랄함'이 가득한 축제의 장이었다.
줄을 서서 신원확인을 받은 다음 기표소에 들어가 14명 후보 중 1명을 택해 이름 아래 네모 칸에 도장을 꾹 눌러 찍고 남이 볼세라 꼭꼭 접어 투표함에 넣는 모습은 여느 투표소와 다름없지만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라"는 외침에 시끌벅적했다.
모의투표를 마치고 뿌듯한 표정으로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는 흥겨움까지 느껴졌다.
김상천(15) 군은 "실제 선거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돈이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후보에게 지지를 전하고자 모의투표에 참여했다"면서 "투표권은 국민이면 가져야 할 기본권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과 흑인에게 참정권이 생기면서 이들의 인권이 향상됐듯 청소년이 참정권을 가져야 청소년 인권·복지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정치권이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은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건우(16) 군은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잘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줬다"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도 의미 있지만, 청소년들이 올바른 의식을 가지도록 사회문제에 대해 잘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YMCA전국연맹을 비롯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시민단체와 민주청소년연대 등 청소년단체는 모의투표소 옆에서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선언문을 내어 "대부분 나라가 선거연령을 만 18세 또는 그 이하로 설정한 데 반해 한국은 20여 년째 요구에도 19세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청소년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가 확대·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18세 선거권 공동행동 네트워크' 소속 청소년들은 이날 전북 군산시 투표소를 중심으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벌였다.
군산 서흥중학교에 마련된 흥남동 제4투표소에서 피케팅을 한 김기쁨(17) 양은 "투표소를 찾은 어른들이 선거연령 하향을 지지하며 응원을 보내줬다"면서 "18세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기 충분한 나이로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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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