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정권교체 열망에 '적폐청산' '통합' 기치로 부응

2017-05-10 01:18

끝까지 놓지 않은 '촛불민심'…탄핵정국 '시대정신' 부합 지도자로 판단
막판 보혁대결 구도 속 중도확장·지속적인 통합 메시지·非文단일화 시도 차단
대통령권한 활용·국회입법화로 개혁 완수…"시스템 개혁, 적폐청산 표현 안쓸 듯"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9일 국민 다수의 열망을 업고 조기 대선으로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의 기치를 내건 문 대통령 당선인은 치열했던 승부를 뚫고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문 당선인의 승리는 무엇보다 국민의 정권교체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가져다준 조기 대선이었던 만큼 정권교체가 최우선 시대정신이었고, 문 후보가 적임자였음을 국민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촛불민심을 받들어 적폐청산을 앞세우면서도 이념과 세대·지역을 뛰어넘는 국민통합을 완성하겠다는 문 당선인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본선 같은 예선'이었던 당내 경선에서 적폐청산을 키워드로 지지층의 60% 가까운 숫자를 결집해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온 데 이어, 본선에서는 통합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른바 '개혁적 보수'로 불리는 중도층을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뒤섞인 5자 구도로 치러지고,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라는 야권 내 막강한 경쟁자가 있었던 이번 대선에서 중도로의 확장에 성공한 것은 문 당선인에게 승리를 안긴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막판 '보혁 구도'로 흐르는 조짐을 보였던 선거 지형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화한 게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보수결집 현상이 오히려 진보·중도층을 자극해 문 당선인으로의 쏠림 현상을 촉발한 것 역시 승리를 예견케 한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끊임없이 문 당선인을 위협했던 비문(비문재인) 단일화 시도를 '적폐연대'로 규정하고 '정권교체' 대 '정권연장'의 전장(戰場) 구도로 끌고 가면서 변수를 최소화한 것도 대세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평가된다.

문 당선인 측은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문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줬을 뿐 아니라 비문연대 등 정권연장 시도에 대한 국민의 단호함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 시선은 문 당선인이 대선기간 내내 주장했던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낼 것인가에 쏠린다.

언뜻 보면 상치된 개념처럼 비칠 수도 있는 적폐청산과 통합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문 당선인 측은 강조한다.

문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모든 것을 덮는 게 통합이 아니다. 정의롭고 원칙 있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혁이 통합의 과정이며,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하는 통합을 통해 개혁과제가 완수되는 등 두 개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며 "통합은 수단이기도, 목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추진될 과제라는 의미이지만 일단 문 당선인은 적폐청산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당선인은 경선과정에서는 "분열 극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그것은 탄핵이 끝나고 적폐를 제대로 청산한 토대에서 해야 할 문제"라고 했고, 본선에서도 "대통합 정부를 만들겠지만, 개혁이 먼저"라고 누차 강조했다.

선거 전날 발표한 마지막 대국민 호소문에서도 "개혁으로 부정부패와 반칙·특권을 걷어낸 그 자리에서 통합이 이뤄지고, 그런 통합만이 갈등을 끝내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며 "개혁을 시작해야 국민통합도 완성된다"고 말했다.

다만 문 당선인이 '통합'을 무엇보다 강조한 탓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적폐청산' 대신 '개혁과제 완수'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적폐청산, 즉 개혁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당장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손을 댄 뒤 국회 입법과정으로 시스템화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가장 우선으로 추진할 개혁과제로 검찰과 재벌구조 개혁이 꼽힌다.

문 당선인은 검찰개혁의 핵심을 인사권 독립으로 보고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는 인사권을 확립시킬 방침이다.

문 당선인 측 인사는 "청와대 눈치를 보는 현행 인사시스템 자체가 정치검찰을 만들고 있다"며 "검찰개혁 추진 기구를 만들어 적절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재벌구조 개혁과 관련, 이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관계·약육강식 구조를 해소해 양극화를 최소화해야 통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당선인은 적폐청산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란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보복'이 없을 것임도 분명히 한 바 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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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