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분석] 이변 없었다…2050·중도·호남 포섭 전략 통했다
2017-05-10 02:0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변은 없었다. ‘문재인 대세론’은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재확인됐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10일 오전 1시 10분 기준 전국 득표율 39.6%(개표율 61.3%)를 기록, 당선을 확정지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새로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수성전’의 승리다. 대선 막판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경계했다. 대신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대세론으로 이완된 지지층의 막판 결집을 꾀한 셈이다.
반면, 애초 2강 구도를 형성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26.2%)·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21.3%)의 뒷심은 부족했다. 2약이었던 유승민 바른정당(6.5%)·심상정 정의당 후보(5.8%)도 두 자릿수 득표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갈라진 ‘샤이 보수’(여론조사에서 표심을 숨긴 보수 유권자)와 87년 체제 이후 대선 당락을 결정한 지역 몰표 현상이 한층 옅어진 결과다.
19대 대선의 가장 특징은 ‘지역주의 완화-세대별 표심 강화’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TK) 등 전통적인 보수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우위를 보였다. 보수층이 많은 강원과 충청권에서도 우세를 기록했다.
특히 ‘스윙보터’(특정 정당이 아닌 정책 등에 따라 움직이는 부동층)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중위권 후보와 더블스코어 차로 이겼다. 서울 42.2%를 비롯해 경기 40.7%, 인천 41.0% 등을 기록했다. 반면 홍 후보와 안 후보는 20% 안팎 득표율로 양분했다.
하지만 19대 대선에서는 6대3 구도로 손을 들어줬다. 문 대통령은 광주 59.0%, 전북 64.3%, 전남 58.7% 등으로 안 후보를 두 배가량 앞섰다. 과거처럼 90% 몰표는 아니지만, 호남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택한 셈이다. 직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광주 92.0%, 전북 86.2%, 전남 89.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지역구도가 무너진 선거”라며 “호남의 전략적 선택과 대선 막판 TK 지역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TK 등은 보수진영 내 보수 표심의 분화 과정이지 지역구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세대별 표심이 이번 선거의 변수로 꼽힌 이유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대선 중간 ‘문재인 대세론’의 2040세대와 ‘안철수 대망론’의 5060세대가 맞붙었지만, 문 후보가 막판 50대 표심을 공략한 것도 승리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샤이 보수, 洪·安으로 분열··· 文 ‘진보+중도’ 성공
‘샤이 보수’ 표심의 분열은 홍준표·안철수 후보의 패인으로 분석된다.
애초 5% 지지율에서 시작한 홍 후보는 대선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보수 표심 결집을 자신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이동하던 부유(浮游)층을 포섭한 안 후보도 중도 대신 보수 공약에 사활을 걸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홍 후보는 대구 47.4%, 경북 51.2%에 각각 그쳤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얻었던 득표율(대구 80.1%, 경북 80.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안 후보는 대구(14.8%)와 경북(14.5%)에서 문 대통령보다도 4∼5포인트 낮았다. TK의 보수 표심과 호남의 진보 표심이 충돌하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홍 후보와 안 후보가 보수 공략에 골몰한 사이, 문 대통령은 진보층에서 중도로 외연 확장 전략에 나섰다. 캠프 내부적으로 목표한 과반에는 실패했지만 수성전이 성공한 요인이다. 두 이념층을 점령하는 후보가 이긴다는 대선 승리 공식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실제 지난 대선 땐 박 전 대통령이 ‘한국형 복지’를 들고 중도 진보 공략에 성공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깃발을 들고 진보만 공략했다. 앞서 1997년 대선 땐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대선 땐 노·정(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 이질적인 세력 간 연대 전략으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탄생을 이끌었다.
막판 사표 전략도 수성전 성공의 원동력이다. 어대문의 현실화로 일부 진보 지지층이 심 후보 쪽으로 이동하자, 민주당은 ‘어대문이 아닌 투대문’을 외쳤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번 대선에서도 두 이념층에 걸쳐 있는 후보가 이겼다”라며 “문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적폐 청산과 정권교체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한 반면, 홍준표·안철수 후보는 보수 표심을 나누면서 패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