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낙담 속에서도 "이만하면 당 복원" 의미부여(종합)
2017-05-10 00:51
일부 지지자 "승복 말아야" 고성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은 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8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공개 직전까지만 해도 홍준표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린 뒤 문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출구조사에서 문 후보와 큰 차로 뒤진 데다 안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아" 하는 짧은 탄식도 간간이 터져 나왔다.
사전투표 결과가 반영된 실제 개표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당사를 찾은 홍 후보가 오후 10시 30분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패배를 시인하면서 당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정우택·박정이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과 이철우 총괄선거대책본부장, 한국당 소속의 심재철 국회부의장 등 당 지도부의 얼굴도 굳어졌다.
참석자들은 특히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홍 후보가 44.3%를 기록한 것으로 나오자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본부장은 TV 화면을 향해 손을 휘저으면서 "대구가 44%밖에 안 나오는 거 말이 안 된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굳은 얼굴을 한 채 거의 입을 열지 않던 정 위원장은 결국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지 25분 만에 가장 먼저 말없이 자리를 떴다. 박 위원장과 김광림 의원, 심 부의장 등이 뒤를 따랐다.
나머지 참석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던 10대의 TV가 별안간 꺼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실 분위기는 오후 9시 개표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부산 등지에서 홍 후보가 선두를 달리자 잠깐 되살아났다. 환호성을 지르면서 "역시 출구조사를 믿을 수 없어. 개표해봐야 한다"며 흥분하는 참석자도 보였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될수록 문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림에 따라 당의 공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자택에 머물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던 홍 후보가 당사를 찾자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곧장 당사 6층으로 향했던 홍 후보는 오후 10시 30분께 2층 상황실을 찾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중에 개표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출구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한국당을 복원한 데 만족하겠다"면서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다.
이에 회견장에 모인 일부 지지자는 "절대 수용하면 안 된다. 3일이 걸려도 수개표를 해달라"고 요구하며 안타까워했다. 당사 1층 주차장에서 "승복하면 안 된다"면서 고성을 지르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지지자는 앞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울분을 이기지 못한 채 상황실에 있던 의원들을 향해 "걱정하지 마십쇼. 문재인이 대통령 되면 탄핵하면 돼요, 바로 탄핵 사유 있으니까!"라고 외치기도 했다.
홍 후보가 회견을 끝내고 당사를 떠난 뒤에는 소수의 당직자와 지지자만 상황실을 지켜 썰렁한 모습이었다. 상황실은 결국 자정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한국당은 낙담한 가운데서도 홍 후보의 '선전'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이철우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선거였는데 이만하면 당이 복원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자유한국당에 힘을 모아 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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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