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소개합니다" 광화문광장은 축제의 장(종합)

2017-05-10 00:45

지지자들 몰려 "문재인 대통령" 구호 외쳐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이효석 김현정 기자 =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진 10일 0시를 지나면서 서울 광화문광장은 축제의 장으로 변신했다.

파란색 옷이나 머리띠·스카프로 문 당선인 지지자임을 드러낸 시민들이 밤늦은 시간임에도 광장에 계속 모여들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문 당선인이 홍은동 자택을 나와 광장 옆 세종로소공원에 도착할 즈음 시민들이 외치던 구호 "문재인, 문재인"은 이내 "문재인, 대통령"으로 바뀌어 서울 도심에 울려 퍼졌다.

문 당선인이 세종로소공원에 마련된 무대에 오를 때 사회자의 소개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소개합니다"였다.

시민들은 제19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걸머쥘 문 당선인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고자 근처 나무나 화단에 올랐고, 아버지 어깨에 올라탄 자녀들이나 연인의 등에 업힌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문 당선인과 경선에서 겨뤘던 지자체장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의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활짝 웃는 얼굴, 진지한 표정, 기대에 찬 눈빛 등 시민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희망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중년층이 다수인 시민들은 무대에서 나오는 농담에 파안대소하며 축제를 즐겼다. 근처 편의점에서 음식과 캔맥주를 사와 먹고 마시는 이들도 많았다.

김재필(64)씨는 "즐겁고 기대된다"며 "'약속을 지키겠다'는 문 당선인의 말이 기대된다. 새로운 나라의 시작이라고 본다.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친구 5명과 나왔다는 회사원 윤영선(34)씨는 "광장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는 광경을 늦은 시간임에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게 좋다"며 "이전 시대와 다르게 새로운 정치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고 기뻐했다.

회사원 김민성(53)씨는 "너무 기쁘다. 내일부터 세상이 환해질 것 같다"며 "누구에게나 공정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는 밝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손수 제작해 온 문 당선인 응원 손 피켓을 들고 파란 옷을 입은 김두리(24)·김지윤(24)씨는 "지지하던 사람이 당선된 것 같아서 좋다"면서 "출구조사에서 1위로 뜨자마자 기쁨을 주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종이컵에 와인을 담아 '축배' 삼아 나눠주던 회사원 홍관식(37)씨는 "사비를 털어 마련한 와인"이라면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즐겁게 소통하며 같이 보고 싶어서 준비했다"며 웃었다.

선명한 파란색 코트로 멋을 내고 광장에 들른 김수정(35)씨는 "일부러 파란 옷을 입은 건 아닌데 문재인을 찍긴 했다"면서 "동성애 문제에 관해 선거 기간 때보다 더 나아간 입장을 밝히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광장 주변에는 노점상들이 속속 집결해 문 당선인 이름이 적힌 파란색 리본·왕관 모양 머리띠 등 소품을 팔았다.

한때 '친박근혜 세력'의 상징처럼 사용됐던 태극기를 흔들며 문 당선인을 반기는 청년도 눈에 띄었다. 동성애를 뜻하는 무지개색 깃발도 휘날렸다.

문 당선인이 무대 행사를 마치고 광화문광장을 떠날 때는 시민들이 문 당선인을 배웅하려고 차도 옆으로 늘어섰다.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문 당선인을 쫓아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문 당선인이 떠난 후 광장에선 일부 시민들이 불꽃을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근처 버스 정류장엔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노란색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도 광화문광장 남측 세월호 텐트촌에 스크린을 설치해 시민 200여명과 함께 개표 결과를 보면서 문 당선인의 당선 유력을 조심스레 반겼다. 유가족은 개표 방송 도중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지켜봤다.

단원고 희생자 이근형군 부친 필윤(57)씨는 "축하하러 모였다"면서 "(문 당선인이) '통합 대통령'이 돼서 이 나라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텐트촌 무대에 올라 "오늘 대선이 치러진 원동력은 바로 세월호를 잊지 않아 주신 시민 여러분"이라면서 "(문 당선인이) 잘하지 못한다면 나도 비판을 거두지 않겠다. 이전 정권과 다르게 하는 모습 지켜봐 주시고, 잘못 하면 비판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곳 광장을 뒤덮은 1천700만 시민의 위대한 승리"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서울시가 온 힘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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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