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당선 '숨은 공신' 김정숙 여사…애정·충고의 '단짠단짠' 내조
2017-05-10 00:41
호남특보 자임하며 바닥 민심 훑어…풍찬노숙도 마다 안 해
박근혜 정부 4년간 빈자리였던 영부인 역할에 국민관심 쏠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내 아내는 '단짠단짠(단것을 먹으면 짠 음식을 먹고 싶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내인 김정숙 여사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눈에서 '꿀이 떨어질' 정도로 넘치는 애정을 쏟으면서도 남편에게 약이 되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1등 조력자라는 게 문 당선인 주변의 설명이다.
1954년 11월 15일 생(生)으로 문 당선인과는 1살 차이인 김 씨는 숙명여자중학교와 숙명여자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음악 재원이다.
하지만 김 여사는 당시 문 당선인의 성의 없어 보이는 첫 만남의 차림새에 마음이 상했고, 그 길로 두 사람은 캠퍼스에서 만나면 그냥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에 머물렀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계기는 이듬해 학내에서 열린 유신반대 시위 현장이었다.
최루탄에 그대로 기절해버린 문 당선인을 발견한 김 여사가 물수건으로 문 당선인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본격적으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김 여사는 유신 독재 반대로 문 당선인이 수감되고, 강제징집돼 특전사에 배치될 때, 고시공부를 할 때도 문 후보의 곁을 지키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특히 문 당선인의 특전사 복무 시절 당시 부대원들에게 최고 인기를 끌 만한 통닭이나 떡 대신 새하얀 안개꽃을 손에 가득 들고 나타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배고픈 동료들 앞에서 김 여사의 다소 '엉뚱한' 선물에 문 당선인은 당황했지만, 안개꽃을 여럿으로 나눠 각 내무반에 꽂아줬더니 다들 좋아했다고 문 후보는 회상했다.
그 뒤 음악가를 꿈꾸던 김 여사는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문 당선인과의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당선인이 사법시험 합격 후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김 씨도 활동하던 서울시립합창단을 그만두고 내조에 전념한다.
다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문 당선인에게 김 씨의 밝고 명랑한 성격은 '보완재'의 역할을 한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문 당선인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주류-비주류 의원들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내홍에 휩싸였을 때 김씨가 최고위원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샴페인 선물에 손편지까지 써서 건네면서 내조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김 여사 특유의 붙임성이 빛을 발했다고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말했다. '풍찬노숙'을 마다치 않으면서 문 후보의 1등 조력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문 당선인에 대한 '반문(反文) 정서'가 퍼져있던 호남지역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꼭 방문해 바닥 민심을 열심히 훑어 '호남특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9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1박2일로 광주 등 호남지역을 방문했고, 갈 때마다 호텔 대신 허달재 의재미술관장이 운영하는 '춘설헌'에서 묵으며 지역 유권자들을 만났다.
아침이면 춘설헌 근처의 대중목욕탕에 꼭 들러 주민들에게 말을 건네면서 민심을 묻고 '동네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서는 활동반경을 더욱 넓혀 호남뿐 아니라 충청도, 경상도 등지까지 다니며 문 당선인의 발길이 미처 닿지 않는 동네 구석구석에서 한 표를 호소했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남편은 이미 정치인이 됐고, 국민이 책임을 줬다"면서 "이젠 남편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9일 아침에도 투표를 한 뒤 문 당선인과 함께 뒷산에 오르며 조용히 옆을 지켰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빈자리였던 대통령 영부인 역할을 김 씨가 어떻게 해낼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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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