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일자리 대통령' 첫 단추 10조원 추경

2017-05-10 00:26

"임기 내 81만개 일자리 창출" 경제 공약 성패 첫 시험대
법적 편성요건에 이견…'여소야대' 국면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을 듯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임기 내 일자리 81만개 창출'이라는 그의 경제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당선인은 이 공약 실현을 위해 집권과 동시에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새 정부는 추경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편성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추경 자체가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이견도 존재하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文, 일자리 공약 첫 단추 추경에 어떤 내용 담길까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의 성공 여부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공약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당선인이 제시한 '소득 주도 성장'을 현실화하는 데 일자리 문제는 선결 과제 중 하나다. 그가 자신이 '일자리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기업 투자 확대와 일자리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문 당선인이 공언한 성장 선순환 구조의 시작점이 일자리다.

특히 최근 한국 경기의 온기가 살아나고 있음에도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의 '약발'은 절실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취업자 증가 수는 46만6천명으로 2015년 12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는 겉보기만 좋아졌을 뿐이다.

질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줄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일자리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취업자 수를 뜻하는 취업계수는 작년 17.4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따라서 어떤 지출이 추경안에 담길지가 관심사다.

일단 재정 여건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세계잉여금은 8조원 흑자였다. 세계잉여금 일부는 필요하면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재정부담을 덜 수 있다.

문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일단 올해 하반기 공무원 1만2천명 추가 채용에 추경이 사용될 전망이다.

분야별로는 소방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경찰, 근로감독관, 환경감시원, 출입국관리 사무원, 국립검역 사무원, 부사관, 군무원, 교사 등을 거론했다.

추경에 공무원 추가 채용과 교육훈련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인건비 및 법정 부담금은 9월에 편성되는 2018년도 본예산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편성 내용이 공공부문에만 치우쳐 있어 보다 장기적인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라며 "공공부문은 지속 가능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므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제도나 예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편성요건 부합 이견…여소야대 국회 통과 '시급성' 관건

그동안 추경은 경기가 악화하거나 대규모 재난이 생겼을 때 돈을 더 쓰는 재정적인 돌파구로 편성했다.

따라서 정부마다 추경이 없었던 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추경이 없었던 해는 민주화 이후 1993년, 2007년, 2010∼2012년, 2014년뿐이었다.

추경 편성요건은 국가재정법에 규정돼 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2002년, 2003년, 2006년, 2015년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피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피해 등 재해 대응을 위해 편성됐다.

2000년, 2001년, 2004년, 2005년, 2008년, 2009년, 2013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생긴 경기침체나 저소득층 생계 문제,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편성된 바 있다.

문 당선인의 일자리 추경은 일단 편성요건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존재한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교수)는 "단기적인 대증요법 수단으로는 재정, 통화, 환율이 있다"며 "통화와 환율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국 환율보고서 문제 때문에 손 쓸 수 없어 마지막 하나 남은 것이 수단이 추경과 같은 재정"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상당히 긴박한 상황이라면 추경을 편성해야 하지만 지금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 긴박함이 줄었다"며 추경 편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경기 개선 분위기를 국내로 확산하기 위한 추경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장기적 재정부담이 되지 않도록 민간의 일자리로 연결되는 형태의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 당선인이 지지율 5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점은 추경안 국회 통과의 불안 요소다.

헌정 사상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여야의 갈등으로 긴 시간 진통을 겪은 적은 몇 차례 있었다.

저소득층 생계안정을 목적으로 제출된 2000년 추경안은 국회에서 처리되는 데 무려 106일이 걸려 최장 기록을 썼다.

2008년에는 저소득층 유류비, 농어민 생활안정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 처리까지 90일이 걸렸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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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