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징이 中베이징대 교수 "한중관계 새 계기 될 것"
2017-05-10 00:19
"한중관계 관건은 사드배치 문제…미국 설득이 중요"
"韓 새 정부, 中과 북핵문제 공조기대…대화중시 공감대"
"남북관계 주도권 되찾으면 중미관계에도 적극적 역할 가능"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한국의 새 정부는 사드 문제, 북핵 문제 등 모든 면에서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중관계 개선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으로 악화일로인 한중관계가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새로운 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진 교수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사드'라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 놓여 있지만, 새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최소한의 대화 의지가 있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한중관계 회복을 기대했다.
특히 북핵 문제에서 대화론을 강조하는 중국과 한국의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맞아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며, 그런 점들이 한중관계 회복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 대국에 의지하는 현재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탈피해 미·중 관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진 교수와의 일문일답.
-- 한중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관계 전망은.
▲ 문 대통령의 취임은 한중관계 개선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수 정권 비해서 훨씬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 중국은 문 대통령에 대해 사드 문제, 북핵 문제 등 모든 면에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악화일로인 한중관계를 개선하는데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중관계에서 가장 걸림돌이 '사드'다. 차기 정부에서 사드 갈등 어떻게 전개될 것 같나.
▲ 일단 사드가 단순히 한국과 중국이 풀 문제는 아니다. 이미 부지를 미국에 넘긴 상태여서 미국과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새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국에서도 사드 운용 비용을 요구한 상태다. 한국과 중국, 미국 모두 새로운 상황에 맞게 사드에 대한 입장을 재검토해야 한다. 단시일 내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논의가 새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 사드 문제 풀기 위해 한국 새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 사드 문제는 큰 틀에서 한반도 문제로 봐야 한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극도로 고조돼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차기 정부가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지금 시점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동북아 국가 간 어느 하나도 좋은 관계가 없다. 동북아 질서가 전환점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사드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 구체적인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
▲ 앞서 말했다시피 사드는 한국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변화가 오려면 미국의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 또 사드 문제를 중국 안보에 위해가 되지 않는 쪽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모습을 중국 측에 보여줘야 한다. 이런 선제 조처가 있고 난 뒤에 상황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 북핵 문제에서 중국은 지속해서 대화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새 정부 역시 대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대북정책에서 한중간 협력이 확대할 것으로 보나.
▲ 한국의 보수 정권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이면서 한중관계도 더 불편해진 것이 사실이다. 대북 압박 기조에서 대화로 돌아서면 중국과는 큰 틀에서 같은 입장이라고 본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기본 원칙은 대화를 통한 해결이다. 중국은 대북 제재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제재를 통한 대화 회복이다. 이런 점이 새 정부 입장이 중국과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북정책에서 한중협력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 새 정부가 북중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나.
▲ 새 정부가 강경책 일변도인 이전 정부보다 대북정책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 확실하다. 역사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을 때 중북, 중한관계도 따라서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 회복에 나선다면 중국과 북한 간에도 갈등 요소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
-- 미중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는가.
▲ 충분히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려면 먼저 남북관계를 원활하게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힘은 남북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대국의 눈치만 보고 남북관계에서도 주도권이 없다. 남북관계가 회복되면 지금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탈피해 중국과 미국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chinakim@yna.co.kr
(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