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리더십] ②혁신과 통합

2017-05-10 00:15

'혁신' 기치로 민주당 체질개선…'대표 재신임 투표' 승부수도 감수
"전국서 고른 지지받는 대통령"…YS·DJ 계승 강조하며 국민대통합 약속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혁신을 지키고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대표직에 아무 미련이 없다."

5·9 조기대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인은 민주당 대표였던 2015년 말 당이 분당사태에 휩싸이자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총선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약 1년간의 당 대표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을 혁신하는 것, 그리고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었음을 강조한 셈이다.

이처럼 문 당선인의 리더십을 거론할 때 '혁신'·'통합'이라는 단어는 빠지기 어려운 단어다.

애초 문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인 2011년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재야의 야권 통합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을 주도하면서 대권 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대선 패배와 민주당 대표, 촛불정국과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문 당선인의 시선은 항상 혁신과 통합에 맞춰져 있었다.

문 당선인의 혁신 리더십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2015년 2·8 전대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부터다.

두 달 만에 치러진 4·29 재보선에서 4대0으로 패배하자 문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열고서 "이 시련을 약으로 삼아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개혁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며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혁신해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문 당선인은 당을 전면 쇄신키로 하고 이를 책임질 혁신기구 구성에 나섰다. 그러면서 문 당선인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에게 이 기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김상곤 경기교육감에게 전권을 주고서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혁신위는 당 최고위원제와 사무총장직을 폐지하는 혁신안과 함께 현역 의원 평가 후 하위 20%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고, 검증위를 구성해 도덕적·법적 문제가 있는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혁신안을 내놨다.

이에 당내 비주류가 반발하자 문 당선인은 '당 대표 재신임 투표' 승부수를 던지는 등 당 혁신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말에는 안 후보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등이 차례로 탈당했고, 문 당선인은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에게 당권을 넘기고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문 당선인은 대표로서 마지막 최고위원회를 주관한 자리에서도 "무늬만 혁신이 아니라 사람과 제도, 문화를 모두 바꾸는 진짜 혁신 없이는 총선승리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촛불정국을 거쳐 이번 대선에 도전한 문 당선인은 일련의 당 혁신 작업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당선인은 지난 3월 17일 MBN 사옥에서 열린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혁신 작업 과정에서)일부가 나갔지만 반면 더 많은 좋은 분들과 10만 권리당원이 우리당에 들어와 더 크고 건강한 정당이 되지 않았냐"며 "성공한 혁신"이라고 자평했다.

당 안팎에서는 문 당선인의 이 같은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는 '통합'의 리더십과 상호 보완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칫 잘못하면 혁신 작업이 자신과 다른 정치세력에 대한 '배제'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문 당선인이 혁신과 함께 통합의 가치를 두 페달처럼 밟으면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당선인은 당의 체질을 변화시키면서 기존 당에 있던 인사들을 많이 떠나보내기는 했지만, 반대로 민주당과 다른 진영에 있던 인사들을 과감하게 영입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파격적으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선대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박근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영 의원 등이 차례로 합류했다.

경선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과 치열한 혈투를 벌였지만 경선 이후에는 셋이 함께 참여하는 '호프데이'를 갖기도 하고, 안 지사와 이 시장 캠프 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등 통합행보를 보였다.

나아가 문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그동안 대한민국에 고질병처럼 자리했던 지역갈등이나 이념 갈등을 극복한 첫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5일 부산유세에서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와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문 당선인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린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문 당선인 스스로도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사상 첫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또 이후 국정 운영에서도 지역이나 이념 성향에 갇히지 않는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문 당선인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리더십 역시 '혁신과 통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촛불이 만든 대선이며, 보수 정권 10년간 무너져 내린 국가 시스템을 개혁해 달라는 것이 바로 촛불 민심"이라며 "혁신의 리더십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정농단 사태 이후 상처받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갈라진 국론을 봉합해 '하나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 역시 문 당선인의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 당선인이 구성한 통합정부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협치 시도가 얼마만큼의 성공을 거둘지도 주목된다.

문 당선인의 한 측근은 "혁신과 통합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혁신을 통해 공정한 나라가 만들어지면 국민의 마음도 한 데 모일 것이며, 국민통합이 이뤄지면 사회가 더 공정하고 깨끗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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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