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리더십] ①원칙과 소통

2017-05-10 00:15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좌우명…고비마다 원칙 고수하며 정면돌파
주위 경청하는 친구 리더십…'광화문 대통령'으로 국민소통 시대 열까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언제나 냉정하고 신중하며, 권세나 명예로부터 초연한 사람이다."

5·9 대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인에 대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같이 표현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말처럼 문 당선인에 대해서는 공사의 구별이 뚜렷하고 매사에 '원칙'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평가가 많고, '원칙주의자' '선비'라는 별명도 종종 따라붙는다.

이 탓에 일부에서는 그만큼 융통성이 없고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 당선인을 가까이서 경험한 사람들은 문 당선인이 기대 이상으로 주변과의 소통에 능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데 익숙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원칙과 소통'이 조화를 이룬 것이 '문재인의 리더십'이라고 문 당선인 주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문 당선인의 좌우명은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다. 당장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손해인 듯해도 결국은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문 당선인의 설명이다.

주변과 쉽사리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 리더십'은 그가 걸어온 길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사법고시 3차 면접에서 안기부 직원이 '유신에 반대했는데 지금도 그때와 생각이 같나'라는 질문에 "그때와 변함이 없다. 그때의 생각이 맞았다고 확신한다"고 답한 일화는 널리 알려졌다.

이런 경력 때문인지 문 당선인은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후에도 판사로 임관되지 못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문 당선인의 측근은 "인권변호사를 하면서도 다른 길에 눈을 주지 않고 본분에만 충실했다. 현재도 가장 많은 노동변론 기록을 갖고 있다"며 "세상에 헌신하겠다는 본인의 소신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 국정 운영에 참여하면서도 이런 원칙주의는 변하지 않았다.

'미완'으로 그친 재벌·검찰개혁 문제에 있어서도 문 당선인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재직 시절에도 동문회에 일절 참석하지 않는 등 자기관리에 철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대선 과정이나 이후 당 대표로서 민주당을 이끌면서도 문 당선인은 여러 고비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원칙'을 앞세워 해법을 찾았다.

2015년 당 대표 취임 후 두 달여 만에 4·29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비주류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자 "공천 지분을 지키기 위한 흔들기, 부당한 지분 나눠 먹기 요구에 타협하지 않겠다"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준비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대치는 극에 달했고, 비주류 일부에서는 문 당선인의 소통 노력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주위에서는 '원칙주의'와 함께 '소통'을 문 당선인의 대표적인 리더십으로 꼽고 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원칙에서 어긋나는 부분에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지만, 대의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에는 누구보다 유연하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지난 3월 19일 열린 KBS 주최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서도 문 당선인은 "저는 국민 속에서 소통하며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소통을 가장 큰 가치로 내세웠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옮겨 사상 첫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고 국민소통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은 문 당선인의 소통 의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문 당선인은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출퇴근하면서 퇴근 때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면서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어떤가"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왜 일어났느냐. 구중궁궐 청와대에 갇혀 최순실 같은 측근만 만나고 국민과 불통해 생긴 일"이라며 "저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고 청와대와 북악산은 국민 휴식공간으로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참모들과의 관계에서도 '소통의 리더십'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 당선인의 한 측근은 "권위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부하가 아닌 친구처럼 대하는 친근한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라고 설명했다.

문 당선인은 아주 가까운 관계가 아닌 경우에는 나이가 적은 참모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문 당선인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한 운전기사의 빈 그릇을 손수 치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 SNS에 퍼지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를 외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소통과 공감을 하는 민주적 리더십"이라며 "신중하고 차분하게 경청하는 타입이어서, 오히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소통 능력은 캠프나 선대위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특히 '온라인 10만 당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 및 문 당선인 지지층의 SNS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대위에서도 젊은 층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에 '문재인 펀드', '문재인 1번가' 등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연이어 '히트'를 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번 대선을 만들어낸 촛불 민심과도 항상 함께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듣고 소통한 사람이 문 당선인"이라며 "앞으로도 원칙과 소통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국정을 끌고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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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