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 열린 여소야대…‘대선 리스크·협치·정계개편’ 회오리정국

2017-05-10 01:40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손을 들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불통 공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촛불 혁명을 이룬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다. 그러나 포스트 대선 정국 향배는 시계 제로다. 과도기 없이 정권을 인수한 새 정부는 박근혜 정권 내각과의 동거 정국이 불가피하다. 질서 있는 동거 정국의 플랜이 절실한 셈이다.

지난해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심의 승리라고 자화자찬했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도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게 됐다. ‘최소한 협치·최대한 연정’ 없이는 새 내각 인사청문회의 벽도 넘을 수 없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다.

여의도 정국에도 포스트 대선의 정계 개편 회오리가 덮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정의당 간 소연정 추진은 물론, 범진보와 범보수 진영의 관계 설정도 예측불허다. 9일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친 각 당의 내부 권력구도 역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대선 정국은 한마디로 ‘살얼음판’이다.

◆새정부, 가시밭길 예고··· 신·구 동거체제 우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는 ‘경제 살리기’와 ‘북핵 위기 해소’ 등이다. 이를 위해선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필수다. 문 대통령도 당선 직후 “국민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 때문이다. 5자 구도 속에서도 중위권인 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크게 앞섰지만, 과반 득표에도 실패했다. 국회와의 관계 설정이 문재인 정권의 집권 1년 차 운명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핵심은 신·구 동거 체제의 조화다. 첫 단추는 ‘인사’다. ‘내각 제청권’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실타래 해소에 달렸다. 관건은 기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담당했던 국무총리 및 각부 장관 등의 조각권 행사다.

현행 헌법(제87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5·9 대선 직후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황 권한대행 사임 땐 정부조직법(제26조)에 따라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가진다. 유 장관마저 사임하면,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외교부 장관·통일부 장관 순으로 국무총리 권한대행 자격을 부여받는다.

문제는 법적 공방이다. 현행 헌법에는 권한대행 부총리의 내각 제청권의 명시적 규정이 부존재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는 황 권한대행 사임 시 국무위원 제청권에 대한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장관 제청권은 경제부총리가 행사한다”고 답했다.
 

‘불통 공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촛불 혁명을 이룬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다. 그러나 포스트 대선 정국 향배는 시계 제로다. 과도기 없이 정권을 인수한 새 정부는 박근혜 정권 내각과의 동거 정국이 불가피하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앞 선거벽보.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우회로·자문위 첩첩산중··· 文 협치모델 시험대

우회로는 있다. 새 정부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뒤 유 부총리를 통해 형식적으로 국무위원을 제청하는 것이다. 신임 대통령과 구정권 내각과의 합의만 있다면 가능하지만 한국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 같은 우회로는 당분간 차관 중심의 국정 운영을 전제로 한다. 신·구 정권 간 정치적 합의를 하더라도 정국 변곡점에서 야당의 반대에 막힐 경우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 미달 사태를 맞는다.

이 경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인수위를 대체할 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구성도 난항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장 대표 공석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당권 경쟁, 패배한 국민의당은 안철수계와 호남파 간 힘겨루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결단 없이는 국정운영의 첫발도 떼지 못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국회 추천 총리를 통해 협치의 새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속도전으로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지 말고 정세균 국회의장·원내 5당과의 협치 창구를 만들라는 것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추천 총리를 통해 협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새 정부와 국회가 대립한다면, 국정 공백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미애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