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인어 거쳐 유령까지… 新드라마 트렌드
2017-05-11 12:00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외계인, 인어, 만화 캐릭터, 도깨비와 저승사자, 유령 등 한국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2013년 방영된 SBS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를 필두로 '푸른바다의 전설', 'W',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시카고 타자기', 올해 기대작으로 꼽히는 ‘하백의 신부’까지… 이제 드라마 속 주인공은 엄친아와 실장님을 뛰어넘은 탈(脫)현실의 존재로 변모했다.
판타지물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각적 효과, 현실을 초월하는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등 매력 요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국내 판타지물은 드라마 위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캐릭터 역시 인간 이외의 종족이나 살아있지 않은 무(無)의 존재 등으로 점점 다양해지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별그대'는 외계인, 전생 등 당시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사용하지 않는 파격적인 소재를 이용해 신선함과 더불어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천송이의 치맥(치킨과 맥주) 먹방에 한국을 찾는 중국·동남아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고, 김수현은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게됐다.
'별그대' 이후 판타지물은 한국 드라마계에서 소위 '먹히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별그대'의 바통을 이어 받아 인기 웹툰 주인공과 현실 세계의 초짜 의사의 로맨스를 그린 MBC 드라마 'W', '별그대'의 작가와 손잡고 인어로 분한 전지현의 SBS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 등 판타지 장르 드라마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적 판타지 감성이 가미된 '도깨비'는 획일화된 콘텐츠로 침체기를 맞은 한류에도 돌파구 역할을 했다. 이 작품은 일본·동남아 등 각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신세대 한류 드라마로 자리매김하며, 주연배우인 공유를 차세대 대형 한류스타로 올라서게 만들었다. '도깨비'와 공유는 지난 4일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분 대상과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며 2관왕에 올라 지난해 최고의 드라마이자 한류 콘텐츠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도깨비 열풍'이 식기도 전에 바통을 이어받은 타자는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다.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 등 인기 스타들이 출연하는 '시카고 타자기’에는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이 공존한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철규 PD는 ‘시카고 타자기’를 “특정한 한 가지 장르로 규정지을 수 없는 드라마”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제 판타지 드라마도 더 참신하고 새로운 장르로의 변신를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초현실적 존재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뭘까. 판타지와 초현실주의 트렌드의 공통점은 바로 '현실 외면'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국정농단 사태와 외교갈등, 경기침체 등 답답한 현실로 인해 취업, 연애, 결혼 포기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판타지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들 역시 현실이 암울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판타지 멜로물에 빠져드는 수요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최근 내놓은 '2017년 콘텐츠산업 10대 트렌드'를 통해 소비자들은 현실에 맞닥뜨리는 시사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형이나 아예 현실을 외면해 판타지 같은 콘텐츠를 추구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어렵고 힘든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위안 받고자 하는 두 가지 상반된 형태로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시사와 정치영화 등을 소비하는 '현실 직시형'과 초현실 판타지 멜로를 통해 행복한 결말을 찾는 '현실 외면형'으로 나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판타지 드라마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물의 계보를 이을 다음 주자는 동명의 순정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가제)다.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뽑히는 '하백의 신부 2017'은 배우 남주혁, 신세경, 크리스탈, 공명 등의 캐스팅을 확정하고 지난 3월 말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원작 만화 ‘하백의 신부’는 오랜 가뭄으로 지쳐버린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제물로 바쳐져 하백의 신부가 된 소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하백의 신부 2017’은 드라마의 스핀오프 버전으로 제작돼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