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위기'…국책연구기관 '어젠다 선점 경쟁' 치열
2017-05-05 06:05
기계연, 4차 산업혁명 R&D 센터 설립…핵융합에너지 연구에 슈퍼컴 도입
ETRI는 인공지능 주치의·자율주행 지능엔진 연구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첨단제조, 일본의 로봇 신전략,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네덜란드의 스마트 인더스트리…"
나라마다 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지칭하는 말이다.
기본적인 개념은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미래의 산업구조를 뜻한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정보와 기술이 융합된 지능정보기술이 삶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도 저마다 4차 산업혁명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달 말 일몰형 조직인 '4차 산업혁명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발굴하고 로드맵을 짜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계연은 제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산업용 양팔로봇을 개발, 산업현장의 로봇 공정화를 추진 중이다.
또 험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무인이동체, 화력발전소·원자력발전소 등 플랜트 정비과정을 사물인터넷(IoT)과 접목해 스마트 플랜트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연구를 수행하는 핵융합연구소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슈퍼컴퓨터를 연구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초고온 플라즈마가 꺼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예측해 플라즈마의 불안정한 상태를 해결해야 하는데, 100억개에 달하는 플라즈마 입자를 인간이 계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2011년 플라즈마 계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구축,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핵융합연은 미래 핵융합 연구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실시간 예측이 가능한 슈퍼컴퓨팅이 필요하다고 보고, 1페타플롭스급(PFlops) 계산 성능의 슈퍼컴퓨터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출연연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조직을 정비했다.
지난해 연구원의 비전을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ICT Innovator'로 정하고, 미래전략연구소 중심의 조직 개편을 마쳤다.
4차 산업혁명을 구동하는 기술적 핵심엔진으로 초연결·초실감·초지능 등 3초(超) 기술을 목표로 두고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인공지능 주치의, 자율주행 지능엔진 관련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ETRI 노유나 연구원은 '주요국 제4차 산업혁명 추진전략 동향'이란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 혁신이 개별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개념으로, 기존 점진적 과학기술 발전 방안과는 차이가 있다"며 "따라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기존 국가 과학기술 혁신정책, 산업발전 정책을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에 맞춰 체계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 연구원은 이어 "독일은 지능 제조, 미국은 클라우드, 일본은 로봇 등 나라마다 자국의 강점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정부부처, 기관, 업종의 칸막이가 높고 글로벌 다국적 플랫폼이 없어 융합기술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정부 주도 ICT 정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종합적이고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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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