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기술]下 음식배달, '인공지능'과 대화하듯 주문하는 시대로
2017-05-05 05:00
아주경제 권지예 기자 = "짜장면 두 그릇이랑 탕수육도 먹고 싶어. 지난번에 시켜먹었던 데 맛있던데 거기서 시켜줘"라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듯 주문하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배달음식을 시키기 위해 전단 광고를 찾고 전화를 걸어 음식을 일일이 나열해야 했던 것이, 스마트폰 앱을 켜 음식점을 둘러보고 메뉴를 정해 터치로 주문·결제하는 배달앱 서비스의 시대로 변해 왔다. 이어 배달앱 서비스 시장은 '대화'로 음식 주문이 가능하도록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 서비스를 고도화시켜 1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배달음식 시장에서 15%에 그치는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본격 돌입한 모양새다.
챗봇이란 채팅하듯 질문을 하면 AI가 자동으로 답변하는 대화형 메신저를 의미한다. 국내서는 네이버가 이 시장을 선 진입하며 '챗봇 주문 서비스'를 공개한 바 있다.
네이버의 챗봇 주문은 이용자가 네이버 검색창에 '도미노 피자'를 입력하고 '챗봇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 채팅을 통해 가까운 지점에 알아서 간편 주문해주는 서비스다. 챗봇의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네이버는 자체 인공지능 기술 '아미카(Amica)' 개발에 공을 들인다.
카카오 역시 올해 1분기 중 카카오톡에 AI 챗봇 기술을 추가해, 쇼핑과 음식 주문, 구매 상담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에 탄탄한 기반이 마련된 카카오는 이에 앞서 '카카오톡 주문하기' 서비스로 배달음식 주문 시장에 발을 담갔다.
카카오톡 내에 '더보기' 메뉴에서 '주문하기'를 클릭하고, 원하는 메뉴의 프랜차이즈를 선택해 음식을 주문하면 가까운 지점에서 배달되는 시스템이다. 카카오의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로 결제까지 할 수 있다는 편의성도 추가했다.
이어 지난 3월 배달앱 서비스 1위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챗봇 개발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 선언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해 네이버의 '아미카 프로젝트'에 참여한 데 따른 결과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배민데이빗'.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의 주인공에게서 데이빗이라는 이름을 따왔다.
배민데이빗의 가장 큰 무기는 지난 2010년부터 서비스하며 축적한 배달주문 서비스 관련 '데이터'다. 7년여 기간 동안 쌓인 데이터가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인 딥러닝의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음식 주문'이라는 특정 서비스에 대한 챗봇 개발을 하는 것이다. 이 영역에 있어서는 밀도있게 집중해 풀어 나갈 자신이 있다"며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 주도로 프로젝트 팀 출범해 준비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장 먼저 시작한 네이버도 채팅창에 피자를 주문하는 수준의 시작단계"라며 "구체적으로 상용화 시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에는 데이터 싸움"이라며 "전방위적 영역을 커버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진보되며 순차적으로 나오는 그림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