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7' 폭풍전야 앞둔 세종시 경제부처는 '정중동'
2017-05-02 06:35
새 정부 출범 대비 '시나리오별' 정책 분석 '박차'
"일 폭탄 몰아칠 것" 일부는 징검다리 연휴 즐기기도
고위직 대거 물갈이 전망에 인사 향방에 '촉각'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5·9 대선을 한 주 앞둔 지난 1일 세종시 경제부처 관가의 분위기는 겉으로 볼 때 비교적 평온했다.
근로자의 날이 겹친 탓인지 일부 공무원은 상부 지침에 따라 황금연휴에 맞춰 휴가를 떠났다. 예정된 공식 발표 일정이나 보도자료도 별로 없어 마치 금요일 오후처럼 다소 간의 한가함마저 묻어났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이번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신정부가 바로 출범하는 만큼 국정 운영의 단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후보마다 공약은 천차만별이다. 유력 주자는 있지만 '굳히기'와 '뒤집기'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공무원들은 각 후보 공약의 막바지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각 부처 고위직의 물갈이도 예상돼 삼삼오오 모여 '경우의 수'를 따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 막바지 후보별 공약 분석…인수위 없어 '조바심'
"전체 분위기로 보면 '정중동'(靜中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네요"(기획재정부 A 과장)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예산·세제·경제정책 등을 담당하는 예산실과 세제실, 경제정책국 등은 '막판 스퍼트'에 한창이다.
우아하게 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분주히 물갈퀴 질을 하는 '백조'와 비슷한 모습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현 정부에서 주재하는 사실상 마지막 확대간부회의에서 "새 정부가 순조롭게 경제정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인수인계를 비롯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 과장은 "누가 되든 정책적으로 바뀌지 않는 핵심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이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다음 주에 어떤 후보가 당선되는지 무리하게 예단하지 않고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단은 하지 않더라도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어떤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나리오별 분석'은 이미 진행 중이다.
차분함 사이 언뜻 조바심도 감지된다. 새 정부는 과거와 달리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출범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선자의 공약이 인수위를 거쳐 구체적인 정책으로 가다듬어지는 과정이 이번에는 없다.
따라서 선거를 위해 극도로 생략된 각 후보 공약의 행간을 파악하려고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 진땀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예컨대 문재인 후보가 일자리를 81만개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일자리 숫자가 나온 과정과 근거를 정확히 몰라 우리도 궁금해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새 정권이 들어서만 바로 총력을 다해 출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방향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형국"이라며 "일단 정해지면 어느 방향으로든 달음질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쉴 수 있을 때 쉬자"…'폭풍전야' 즐기는 공무원들
새 정부 출범에 대비해 정책 분석에 열을 올리는 한편에서 '폭풍전야'의 평온함을 즐기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짧게는 4년, 길게는 10여년 간 이어져 온 보수정권의 정책 방향을 사실상 '리셋'하는 주문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창조경제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 관가에 살인적인 '일 폭탄'이 투하될 것이라는 예측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누가 되는지에 따라 재정 소요 등을 전망하려고 하지만 공약은 구체적이지 못해서 한계가 있다"며 "다음 주에 대통령이 결정되면 정신없이 바빠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지금 아니면 쉴 수 없다'며 휴가를 즐기는 공무원들도 종종 눈에 띈다.
모호한 후보자들의 공약만 붙들고 있느니 차라리 쉴 때 쉬고 다음 주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반짝' 비수기를 맞은 중앙부처의 일부 부서에서는 부서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휴가를 권장하기도 한다.
유 부총리도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주는 징검다리 연휴가 있는 등 여행하기 좋은 기간이고 정부도 내수 진작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봄 여행주간'을 시행 중이다"면서 "공직자들이 솔선해 국내 여행에 나서 내수 진작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출발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급적 징검다리 연휴 휴가를 쓰라고 하급자들에게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등은 정책 방향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탓에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많은 것 같은 착시가 빚어지기도 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불공정행위 신고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사건 조사도 정책 방향과 무관하게 계속되고 있다"며 "작년에 큰 사건을 많이 처리하다 보니 아직 일이 많이 밀려 분주한 편이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5월은 근로·자녀장려금 신청과 종합소득세 납부 신고 기간이 몰려 있어 국세청 입장에서는 가장 바쁜 기간"이라고 말했다.
◇ 농담 반 진담 반 작별인사…국장들 약속 '스톱'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각 부처 고위직이 연쇄 이동하거나 물갈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가에는 뒤숭숭한 분위기도 포착된다.
실제 정권 교체기마다 장관이 바뀌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각 부처 1급 이상 상당수가 인사 대상이 됐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유 부총리도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부총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부총리 취임 후 격주 월요일마다 확대간부회의를 연 그는 전날 회의에서 "오늘이 이번 정부에서 마지막 회의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간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부총리 외에 바뀔 가능성이 큰 고위직 공무원들 역시 다음 정권에서는 세종시에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며 농담과 진담이 반반씩 섞인 작별인사를 하기도 한다.
한 경제부처 국장들은 최근 식사 약속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갑자기 새 정부와 관련된 일이나 중요 인사와의 식사 약속이 생기는 등 꼭 나가야 할 때를 대비해 시간을 비워두기 위해서다.
과장급들도 인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신 지역이나 이전 정권과의 인연, 기수 등을 고려했을 때 장관 후보로는 누가 꼽히는지, 자신이 속한 실·국장 인사가 어떻게 될지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장관보다 차관 인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들어서는 터라 장관이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업무를 보기 전까지 차관이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아직은 인사와 관련해서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정권이 바뀌면 고위직도 많이 바뀌긴 하지만 실제 바뀔지, 안 바뀔지는 모른다"며 "이전 직책, 업무에 상관없이 일 잘하고 능력이 좋다고 생각되면 계속 기용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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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