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구심점 잃은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사업 격차 줄이나
2017-05-01 18:08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미래전략실의 해체로 구심점을 잃은 삼성전자는 최근 관련 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박성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가는 모양새이다.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 중심으로 경쟁력 확보 주력
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과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사를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에 속한 파운드리 사업부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타사와 경쟁해왔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파운드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같은 결정은 박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는 2014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 실제로 지난해에는 미래기술부문에 있던 파운드리 사업부를 떼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옮긴 바 있다. 직접 파운드리 사업부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큰 변화 찾아보기 어려워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 분야에서 큰 전환점을 맞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에 머물러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당시까지만 해도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같은 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했던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최첨단 파운드리 기술인 14나노·10나노 3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앞서 같은 달 1일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파운드리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경기 화성의 10㎚ 시스템반도체 라인 증설과 같은 시황이나 기존 시스템에 의한 투자 결정을 제외하고는 혁신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사실 파운드리 사업 부문 분사는 삼성전자가 더욱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하고 있는 종합반도체 회사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는 퀄컴 등과 같은 경쟁사들이다. 고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는 4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분사에 대해 지난해서부터 일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 등으로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더는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파운드리 사업의 첫걸음을 뗀 SK하이닉스보다는 삼성전자의 조직 개편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미래에 대한 혁신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19년까지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4.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나, 같은 기간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11.1%씩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반도체장비제조협회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50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1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